[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전북 전주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70대 남편이 스토킹과 가정폭력으로 분리 조치를 받고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전북경찰청과 전주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A(70대)씨는 법원으로부터 아내 B(60대)씨에 대한 스토킹 잠정조치 1∼3호를 모두 받은 상태였다.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화·문자메시지 등 연락 금지를 뜻한다.

A씨는 별거 중인 B씨에게 지난달 원망하는 내용 문자메시지를 수십차례 보냈고, 경찰은 이를 반복적·지속적인 스토킹으로 보고 잠정조치를 했다.

이보다 앞서 B씨는 경찰에 7차례가량 A씨를 신고했다.

최초 신고는 두 사람이 별거를 시작한 지난 4월로, B씨가 A씨의 집에 들어와 물건을 가져가려 하자 그를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5월에는 ‘A씨가 협박한다’, ‘A씨가 찾아와 집 현관문을 부쉈다’며 두 차례 신고했고, 이에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접근금지 등 임시 조처를 내렸다.

그럼에도 지난 7월 A씨는 다시 B씨를 찾아갔고, B씨는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에도 B씨는 A씨가 두렵다거나, 그가 지인들에게 연락한다며 세 차례 더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을 검토했지만 B씨가 동의하지 않아 실제 지급되진 않았다.

B씨의 신고가 이어지자 경찰은 A씨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피해자 안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이에 지난달 29일과 지난 6일, 13일 등 매주 한 차례씩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안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사망 직후로 추정되는 지난 13일 오후 5시 43분께 경찰의 연락은 B씨가 받지 않았다. 경찰은 B씨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A씨가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 등을 토대로 이 시간대에 B씨가 살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 집안 벽면에 붉은 글씨로 ‘부부싸움 일주일이면 화해한다, 경찰들이 살인 부추겼다’는 내용의 주장을 적은 뒤, 차를 타고 전북·충남 일대를 돌아다녔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5시쯤 아파트 입구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충남 서천에서 차 안에 있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 음독을 한 상태였으며, 현재 전북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계획범죄 여부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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