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X에 글 올려 “괴로운 밤이 많았다”

499일 소임 마무리…“책임지는 게 옳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포옹을 나눈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포옹을 나눈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 사직서 수리 직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499일간의 소회를 밝히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게 만든 것에 대해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며 사퇴의 불가피성과 참모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털어놓았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름 앞에 따라붙는 직함이 없는 것이 퍽 오래간만”이라며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 대체로 사실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강 전 실장은 사의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꼽았다. 그는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다.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며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다.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보았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 죄송하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직서가 정식 수리된 사실을 전한 강 전 실장은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거듭 든다”며 “무명의 강훈식을 키워주신 충남 아산의 주민들이 계셨다. 한 발 떨어져 있던 의원을 믿고 소임을 맡겨 주신 당시 후보님이 계셨다.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는 어린 비서실장의 말을 믿고 함께 뛰어 준 수많은 직원들이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다.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며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 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 감사했다”고 회고했다.

후임인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 체제의 2기 청와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 전 실장은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다.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 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했다.

강 전 실장은 “비서실장이 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모든 목소리와 비판해 주신 모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조급했던 지난날도 돌아본다.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다. 온전히, 빈틈없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sunp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