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김치연구소, 김치 44종 성분 분석해 5가지 맛 강도 예측모델 구축

- 신맛·매운맛·짠맛 수치화, 김치 맛 편차 줄이고 발효 품질관리 활용 기대

김치 맛을 보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뱅크]
김치 맛을 보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김치를 직접 맛보지 않고도 신맛과 짠맛, 매운맛이 얼마나 강한지 성분 분석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람의 미각에 의존하던 김치 맛 평가를 과학적 데이터로 수치화하면서 김치 품질관리에도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성분 데이터와 관능평가 결과를 연계해 신맛·짠맛·단맛·감칠맛·매운맛 등 5가지 맛의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치는 발효가 진행되면서 당류와 유기산, 아미노산 등 다양한 성분이 변하고 이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같은 발효 단계라도 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존 김치 맛 평가는 숙련된 평가자가 직접 맛을 보는 관능평가에 주로 의존해 왔다. 많은 제품을 빠르고 일관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세계김치연구소 김호명 박사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판 배추김치 32종을 대상으로 성분과 맛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김치를 4℃에서 0주, 3주, 7주 동안 저장하며 총 96개 시료를 확보했다. 각 시료의 산성도(pH), 적정산도, 염도 등을 측정하고 당류·유기산·아미노산·캡사이시노이드 등 44종의 성분을 정량 분석했다.

동시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관능평가단이 같은 김치의 신맛과 짠맛, 단맛, 감칠맛, 매운맛 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확보한 성분 분석값과 관능평가 결과를 다변량 회귀분석으로 연결해 맛의 강도를 수치로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분석 결과 신맛 예측모델의 결정계수(R²)는 94.8%로 나타났다. 매운맛은 79.0%, 짠맛은 70.9%를 기록했다. 이는 모델 개발에 사용된 데이터에서 실제 관능평가 결과의 변동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성분 데이터로 예측하는 김치 맛 강도.[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성분 데이터로 예측하는 김치 맛 강도.[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모델 개발에 사용하지 않은 별도의 시판 김치 28종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신맛과 매운맛, 짠맛에서 예측값과 실제 관능평가 결과 간 일치성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김치 제조업체가 제품마다 발생하는 맛의 편차를 관리하고 발효 상태를 점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다양한 김치의 성분 데이터를 추가 확보해 예측모델을 고도화하면 생산부터 유통까지 객관적인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호명 박사는 “김치 맛은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만큼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김치에 예측모델을 적용하고 검증해 실제 활용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