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을용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장 인터뷰
기업여신 증가율 5대 은행 중 가장 높아
범농협 네크워크로 대기업 집중 전력 주효
36조원 중소기업 여신 50조원으로 상향 계획
기업뱅킹 플랫폼 ‘더 퀴커’ 중심 비대면 전환 강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업이 힘들 때 마지막에 힘이 되는 은행이 되고 싶습니다.”
엄을용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장 부행장은 농협은행이 지향하는 기업금융의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 기업여신 120조원을 넘어선 농협은행은 이제 외형 확대를 넘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 대상 업종을 기존 124개에서 269개로 확대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보증과 컨설팅을 연계하는 등 기업의 규모와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 방식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은 물론 어려운 시기의 재도약까지 함께 지원하는 기업금융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엄 부행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NH농협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농협은 태생적으로 서민금융과 농업금융, 공공금융에 집중해왔고 가계여신 비중이 컸다”며 “이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던 기업금융을 키워보고자 지난해와 올해 금리 및 한도 정책을 공격적으로 운영해왔다”고 회상했다.
농협은행의 기업여신은 지난 8월 120조원을 넘어섰다. 8월 말 기준 잔액은 121조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5489억원(6.65%) 늘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생산적 금융도 연간 목표를 조기에 넘어섰다. 지난 8월 말 공급액은 13조4840억원으로 연간 목표 12조6267억원의 106.8%를 기록했다.
▶“농업은행일 수만은 없다”…대기업 거래부터 넓혔다= 기업여신을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먼저 손을 댄 곳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던 대기업 금융이었다. 엄 부행장 “생산적 금융을 하려면 방산이나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에서 대기업의 규모가 큰 만큼 대기업 쪽 포트폴리오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엄 부행장이 활용하는 무기는 ‘범농협’ 네트워크다. 은행 금융거래뿐 아니라 지역농협과 경제사업 등 농협 전체의 실물 거래 관계를 대기업 영업에 접목한다. 엄 부행장은 “정유사에는 농협 주유소의 유류 구매를, 종합상사에는 농협사료의 수입 거래 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농협만의 강점”이라며 이를 대기업 영업의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대기업과의 접점은 협력 중소기업 지원으로 이어진다. 엄 부행장은 “국내 대표 조선 해양 기업에 납품하는 회사가 수백 곳인데 1차·2차 벤더 리스트를 요청해 자금을 공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동남권 항공·해양·우주센터에서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 증권이 같이 움직이며 협력사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124개 업종→269개…중기·소호 지원 확대= 농협은행은 기업여신의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의 지원 대상도 넓혔다. 엄 부행장은 “처음에는 생산적 금융 대상 업종을 124개 정도로 굉장히 엄격하게 잡았는데 생활 가까이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고 보고 철강과 농축산물 2차 가공 등을 새롭게 포함해 269개 업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금융을 한층 더 키운다. 현재 약 36조원 수준인 중소기업 여신을 50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엄 부행장은 “이를 위해 NH투자증권과도 상장을 준비하는 은행 거래기업과 증권사가 발굴한 성장기업을 상호 연결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성장 단계에 맞춰 보증과 대출, 컨설팅을 연계한다. 초기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활용하고, 사업 성과가 쌓이면 일반 은행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협은행은 올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대한 출연을 115억원 늘려 총 1350억원으로 확대했다. 다만 엄 부행장은 “소호나 중소법인 대출을 많이 늘리면 부실은 반드시 따라온다”며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꼼꼼하게 심사하면서 성장 단계에 맞춰 자금을 공급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형 토스’ 만들자”…비대면·외환까지 기업금융 확장= 기업금융의 비대면 전환도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은 기업뱅킹 플랫폼 ‘더 퀴커(The Quicker)’를 중심으로 비대면 기업여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엄 부행장은 “개인은 웬만한 금융업무를 모바일에서 하는데 법인은 여전히 서류와 인감을 챙겨 은행에 와야 한다”며 “그래서 ‘기업형 토스’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망과 외환사업도 기업금융 확대에 활용한다. 올해 외환사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으며 외화지급보증과 외화대출, 수출입기업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엄 부행장은 “지자체와 연결된 기업 가운데 외자를 유치하거나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을 발굴해 여신뿐 아니라 외환 등 다른 금융거래까지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농협은행이 자영업자와 소호, 중소기업의 마지막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기업금융을 통해 창출한 수익을 다시 농업·농촌에 환원해 기업금융 확대의 성과를 농업·농촌 지원으로 연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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