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홉 명의 소녀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정상에 닿기까지 29시간이 걸렸다.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가 3년여 만에 국내 시장에 내놓은 걸그룹 A2O 라이트(A2OLITE)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일군 ‘K-팝 대부’의 귀환을 알리는 첫 성적표다.
16일 A2O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A2O라이트의 ‘네온(NEON)’은 지난 14일 오후 11시 멜론 톱100 1위에 올라 이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3일 오후 6시 음원이 공개된 지 29시간 만이다.
소속사는 멜론이 톱100 체제로 차트를 바꾼 뒤 신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속도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데뷔한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SOUL)의 선공개곡 ‘슈퍼스타(SUPERSTAR)’도 음원 차트에 나란히 진입했다.
해외 성적도 좋다. ‘네온’은 한국 애플뮤직과 이탈리아·말레이시아 아이튠즈 종합 차트 등 8개 국가·지역에서 정상을 밟았다.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 QQ뮤직에서는 신곡 차트와 인기곡 차트 1위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슈퍼스타’는 같은 신곡 차트 3위에 자리했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곡”…20분 프레젠테이션에 담은 청사진
두 팀이 세상에 나오기 하루 전, 이 프로듀서는 직접 무대에 섰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데뷔쇼 ‘웰컴 투 소울라이트’에서 그는 약 20분간 프레젠테이션을 이끌었다. 2023년 2월 SM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며 맺은 3년간의 경업금지 약정이 풀린 뒤 처음 나선 국내 공식 석상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곡’이었다. 이 프로듀서는 “K-팝 그룹이 ‘가수’라고 불리는 한, 결국 가장 중요한 시작은 ‘곡’이라고 생각한다”며 “곡에서 시작해 춤으로, 뮤직비디오로, 퍼포먼스까지 이어지는 모든 것이 기존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것까지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이름에도 이 프로듀서의 철학이 새겼다. A2O는 ‘알파 투 오메가(Alpha to Omega)’의 줄임말이다. 시작과 끝이 맞물리고, 끝이 다시 새 출발로 이어진다는 뜻을 담았다.
SM 시절부터 내세워 온 ‘컬처 테크놀로지(CT)’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 공개한 기술은 ‘4DGS(4D 가우시안 스플래팅)’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동시에 찍은 뒤, 그 데이터를 합쳐 3차원 공간에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보는 사람이 원하는 자리, 원하는 각도에서 무대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두 팀의 뮤직비디오에도 이 기술을 입혔다.
이 프로듀서는 소녀시대 ‘더 보이즈’, 보아·동방신기·샤이니의 뮤직비디오에 쓰인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을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4DGS를 그 연장선에 놓았다. 그는 “지금은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기보단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미래에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팬과 만나는 방식도 바꾼다. A2O는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을 내놓고, 이달 말에는 아티스트와 팬이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영상 토크를 시작한다. 많은 팬이 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함께하는 ‘인터랙티브 라이브 토크쇼’로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K팝 시장에는 이미 위버스·버블 같은 팬 소통 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소녀시대와 같은 아홉 명…보아 생각나는 아이찡?
걸그룹, 보이그룹의 동시 출격에서 선공의 매운맛을 보여준 건 걸그룹이었다. A2O 라이트는 영·오아·아윤·아이찡·히메키·라다·시리·보라·메르시 9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와 같은 인원이다. 멤버들은 2008~2013년생으로 모두 10대다.
데뷔 무대가 공개되자 온라인에선 아이찡을 두고 보아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보아는 2000년 만 13세에 데뷔해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아시아의 별’이다.
음악은 이 프로듀서와 SM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유영진 프로듀서가 중심을 잡았다. ‘네온’은 묵직한 베이스 위에 멤버들의 화음과 아카펠라를 쌓아 올린 곡으로, Z세대와 알파세대를 겨냥한 ‘잘파 팝(Zalpha Pop)’을 표방한다. ‘슈퍼스타’는 복고풍 신시사이저 소리를 앞세운 ‘뉴 신스웨이브’ 장르로, 저스틴 비버·더 키드 라로이의 ‘스테이’ 작곡에 참여한 HANN 등 해외 프로듀서들이 힘을 보탰다.
두 팀은 ‘ACE(A2O 코스믹 에픽)’라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인다. 모든 것을 갖췄지만 사랑과 설렘이 희미해진 행성 ‘소울라이트’에서,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소울’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팀의 틀도 고정하지 않는다. 유닛·솔로·프로젝트 팀 등으로 멤버 조합을 자유롭게 바꿔 활동 반경을 넓힌다. A2O는 앞서 2024년 12월 중국에서 걸그룹 A2O 메이(MAY)를 먼저 선보였다.
두 팀은 지난 15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첫 방송 무대를 치르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듀서는 데뷔쇼에서 “사실 가장 바라는 것은 ‘아! 좋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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