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장주’ 엔비디아 2910억달러 감소
하닉 2438억·삼전은 2373억달러 줄어
메모리 3사 감소액이 전체의 40% 차지
中CXMT 추격에 AI투자 공포 겹쳐 급락
전 세계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이 나흘 간 1조달러(약 1340조원) 넘게 증발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AI투자 부담에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 우려까지 겹친 영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시총 감소폭이 두드러지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 시총 상위 20개 AI·반도체 기업의 시총은 1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동안 1조달러 이상 감소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이 기간 주가가 5.3% 하락하면서 시총이 약 2910억달러(약 390조원) 줄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총 감소액은 각각 2438억달러(약 327조원), 2373억달러(약 310조원)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감소액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메모리와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들의 낙폭도 컸다. 미국 증권 전문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옥시아·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 등 6개 기업의 시총은 지난 2일 이후 총 1조900억달러(약 1460조원) 감소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반도체주 약세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1.8%, 인텔은 2.8%, AMD는 1.5% 하락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델 테크놀로지는 6.8% 급락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호실적 전망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TSMC는 올해 4분기 매출이 최대 543억달러(약 7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TSMC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2.0%, 뉴욕증시의 주식예탁증서(ADR)는 1.8% 하락했다.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에는 AI 산업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이어져 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도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메모리 집적도를 높이는 새로운 구조 기술을 발표하면서 향후 중국발 공급 확대 가능성이 부각됐다. 일부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로 2029년 메모리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은 2028년에 엄청난 양의 램(RAM)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공급 확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CNBC에 “영향이 있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있을 것이며 마이크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 등락을 거듭한 끝에 1.9% 상승 마감해 다른 주요 반도체주와 대조를 이뤘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가 과거와 같은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공급과 가격에 미칠 영향을 놓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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