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전 반칙 논란 이후 판정 시비 잇따라

세후도·마스비달 공개 비판…버클리 풍자 영상도

로드FC ‘52연타’도 지켜본 심판…판단력 도마에

시릴 간(프랑스·왼쪽)이 지난 6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그라운드에 엎어져 일어서려는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의 뒤통수 쪽에 엘보우 공격을 날리고 있다. 이는 반칙 공격에 해당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허브 딘 심판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
시릴 간(프랑스·왼쪽)이 지난 6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에서 그라운드에 엎어져 일어서려는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의 뒤통수 쪽에 엘보우 공격을 날리고 있다. 이는 반칙 공격에 해당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허브 딘 심판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때 종합격투기(MMA) 최고의 심판으로 평가받던 허브 딘(미국)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잇따른 판정 논란으로 선수들의 퇴진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그의 심판 방식을 소재로 한 풍자 영상까지 등장했다.

20년 넘게 UFC 옥타곤을 지켜온 베테랑이지만, 올해 들어 경기 중단 시점과 반칙 처리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심판으로서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심판 방식까지 훈련 소재로

미국 격투기 전문매체 MMA 파이팅은 지난 14일(한국시간) UFC 웰터급 파이터 호아킨 버클리가 딘의 심판 방식을 소재로 한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서 버클리는 샌드백을 거칠게 공격하면서 동료에게 자신을 제지해 보라고 요구한다. 실제 경기에서 심판이 흥분한 선수를 떼어놓는 상황을 흉내 낸 것이다. 버클리는 이를 ‘허브 딘 훈련법’이라고 소개했다. 딘이 경기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버클리는 영상 설명에서 딘에 대한 존중도 표현했다. 베테랑 심판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최근 논란을 유머로 풀어낸 셈이다.

세 차례 다운에도 조기 중단 논란

최근 비판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지난 3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UFC 332다. 딘은 킹 그린과 에스테반 리보빅스의 경기에서 1라운드 4분 8초 만에 경기를 중단시켰다. 리보빅스에게 세 차례 넉다운 당한 그린이 다시 쓰러지자 추가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TKO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린은 경기 종료 직후 강하게 항의했다. 여전히 싸울 수 있는 상태였다는 주장이었다.

딘의 판단을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세 차례나 다운당한 선수의 안전을 고려하면 정당한 중단이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린에게 회복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딘이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린이 세 차례 다운당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중단을 무조건 잘못된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뉘앙스다.

허브 딘 심판(가운데)이 지난 2018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의 탭아웃 직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러시아)를 황급히 떼어놓고 있다. [게티이미지]
허브 딘 심판(가운데)이 지난 2018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의 탭아웃 직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러시아)를 황급히 떼어놓고 있다. [게티이미지]

전 챔피언들까지 퇴진 요구

딘을 향한 비판은 전직 UFC 챔피언들에게서도 나왔다. 전 UFC 두 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는 지난 6일 자신의 팟캐스트 ‘파운드 포 파운드’에서 딘이 심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후도는 딘이 계속 경기를 맡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판 판정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에서 발생한 불법 니킥 처리 문제를 거론하며 딘의 판단력을 문제 삼았다.

전 UFC 웰터급 타이틀 도전자 호르헤 마스비달도 비판에 가세했다. 마스비달은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딘이 경기를 중단해야 할 순간에 주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며 심판직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딘이 상황을 침착하고 단호하게 통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페레이라전이 불붙인 불신

딘에 대한 불신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계기는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이었다.

당시 알렉스 페레이라는 시릴 간과의 잠정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2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그러나 간이 경기 막판 페레이라의 뒤통수를 가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딘의 경기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페레이라는 딘이 불법 타격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후 딘을 UFC 경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까지 이어갔다.

반면 딘은 뒤통수 전체가 반칙 부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며 당시 판단을 설명했다. 경기의 공식 결과도 변경되지 않았다.

지난 8월 공개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디 얼티밋 파이터 34’에서도 경기 중단과 비디오 판독을 둘러싼 혼선이 논란이 됐다. 딘이 개입한 뒤 상황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재훈 ‘지옥의 52연타’는 안 말린 게 타당

김재훈이 지난 2016년 7월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로드FC 032에서 중국 선수 장지안준에게 공격을 퍼붓는 도중 심판 허브 딘을 바라보며 경기를 중단시키라고 어필하고 있다.  이 당시 “마 흐브딘 빨리 안말리나 임마 이거 이라다 죽는다카이!”라고 외쳤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는 밈이 됐었다.
김재훈이 지난 2016년 7월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로드FC 032에서 중국 선수 장지안준에게 공격을 퍼붓는 도중 심판 허브 딘을 바라보며 경기를 중단시키라고 어필하고 있다. 이 당시 “마 흐브딘 빨리 안말리나 임마 이거 이라다 죽는다카이!”라고 외쳤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는 밈이 됐었다.

딘은 국내 격투기 팬들에게도 낯익은 심판이다. UFC뿐 아니라 로드FC에서도 여러 차례 심판을 맡았다.

특히 국내 팬들에게는 ‘야쿠자 파이터’ 김재훈의 이른바 ‘지옥의 52연타’를 지켜본 심판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재훈은 지난 2016년 7월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샤오미의 후원으로 열린 로드FC 032에서 중국 선수 장지안준과의 경기에서 상대에게 수십 차례 펀치를 퍼부었다. 그러나 대부분 상대의 가드에 막혀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딘은 김재훈이 연타를 이어가는 동안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펀치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상대가 가드를 유지하며 방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 횟수가 많았지만 실효성 있는 대미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딘의 판단이 타당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딘은 2015년 12월 로드FC 027에서 김재훈이 아오르꺼러에게 24초 만에 KO패한 경기에서도 심판을 맡았다. 당시 아오르꺼러가 경기 종료 후에도 공격을 이어가려 하자 딘이 이를 제지했던 장면도 화제가 됐다.

딘의 판단력 저하인가, 외부의 색안경인가

물론 딘을 향한 비판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전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그린과 리보빅스의 경기를 지켜보며 딘의 중단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수가 세 차례 다운당한 상황에서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심판은 선수가 더 싸우고 싶어 하더라도 심각한 부상을 막기 위해 경기를 중단시켜야 한다. 반대로 유효한 방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승부를 결정해서도 안 된다.

딘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MMA 어워드에서 5년 연속 ‘올해의 심판’으로 선정되는 등 오랜 기간 정상급 심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과거의 명성이 도전받고 있다.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관중들의 야유까지 이어지고 있다. 딘은 페레이라 전 논란에만 적극적으로 해명했을 뿐, 이후로는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때 가장 신뢰받는 심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딘이 흔들리는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