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전기차 비교 시승

전기차에서도 빛난 ‘렉서스다운’ 주행 질감

실전비 7.3㎞/㎾h…공인보다 약 40% 높아

하이브리드 연비 20㎞/ℓ…고속 안정감 돋보여

커진 차체에도 탁 트인 시야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전기차 모델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전기차 모델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2톤의 묵직한 차체가 마치 기름칠을 한 듯 미끄러졌고, 속도는 어느새 훌쩍 올라 있었다. 최고출력 347마력의 힘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보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교하게 풀어냈다. 이어 실전비 7.3㎞/㎾h라는 숫자가 또 한 번 감탄을 안겼다.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차 명가 렉서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전기차 '올 뉴 ES'를 타고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왕복 약 145㎞를 달렸다. 갈 때는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모델인 ES 350h AWD로 약 78㎞를, 돌아올 때는 전기차 사륜구동 모델인 ES 500e로 약 67㎞를 주행했다. 같은 차체를 공유하지만 두 차량의 주행 감각은 제법 달랐다.

주행 질감은 전기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넘어섰다. 렉서스는 경쟁사들보다 뒤늦게 전기 세단 시장에 뛰어든 만큼 주행 완성도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그러나 ES 500e의 운전대를 잡자 이런 우려는 빠르게 사라졌다.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전기차 모델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전기차 모델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ES 500e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모터를 배치해 합산 최고출력 347마력을 발휘한다. 강력한 출력에도 가속은 놀라울 만큼 정제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즉각적인 가속 반응이 장점이지만, 모든 전기차의 가속감이 이처럼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힘이 갑작스럽게 쏟아지기보다는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었다. 마치 윤활유를 충분히 바른 기계처럼 움직임에 모난 구석이 없다.

주행 안정성도 돋보였다. ES 500e에는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렉트4’가 탑재됐다. 차로를 변경하거나 굽은 도로를 지날 때도 차체가 운전자의 조작을 충실하게 따라왔다. 2.2톤이 넘는 무게에도 방향 전환 시 움직임이 굼뜨거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시 플로팅플로우에 렉서스 ‘올 뉴 ES’ 시승 차량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올 뉴 ES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모델로 출시됐다. 정경수 기자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시 플로팅플로우에 렉서스 ‘올 뉴 ES’ 시승 차량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올 뉴 ES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모델로 출시됐다. 정경수 기자

특히, 렉서스 특유의 주행 감각이 살아 있다. 가속은 하이브리드차보다 한층 매끄럽고, 차분한 승차감과 고속 주행에서의 정숙성도 그대로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로 회생제동 강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다. 동력원은 달라졌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편안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렉서스다운’ 주행 감각을 전기차에서도 구현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전비는 더욱 놀라웠다.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찍힌 숫자는 7.3㎞/㎾h. 효율을 중시하는 소형·준중형 전기차와 비교해도 인상적인 수치다. 공인 복합 전비(5.1~5.3㎞/kWh)를 약 40% 웃돌아 차체 크기와 성능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효율을 보여줬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렉서스 올 뉴 ES의 실주행 효율. ES 500e는 평균 전비 7.3㎞/㎾h, ES 350h AWD는 평균 연비 20.0㎞/L를 나타냈다. 정경수 기자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렉서스 올 뉴 ES의 실주행 효율. ES 500e는 평균 전비 7.3㎞/㎾h, ES 350h AWD는 평균 연비 20.0㎞/L를 나타냈다. 정경수 기자

사륜구동인데 연비 20㎞/ℓ…고속서 빛난 하이브리드의 저력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모델 ES 350h AWD 역시 렉서스다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오히려 장시간 운전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하이브리드가 더 익숙하고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ES 350h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247마력을 낸다. 전기차처럼 즉각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리지는 않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힘이 차오른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차분하게 속도를 높이는 성격이다.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드러났다. 속도가 높아져도 실내 정숙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차체는 노면 위에 단단하게 붙어 달리는 듯했다. 실제 주행 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낮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엔진 개입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순수 전기차 모델인 ES 350e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순수 전기차 모델인 ES 350e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 제공]

승차감 역시 인상적이다. 속도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졌고, 제동을 강하게 하는 상황에서도 차체 움직임이 거칠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동력은 충분하면서도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줄인 듯한 감각이다.

연비는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평균 연비는 약 20㎞/ℓ로, 공인 복합 연비(18.3㎞/ℓ)를 웃돌았다. 전장 5.14m, 무게 1.9톤에 육박하는 사륜구동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G80보다 긴데 운전은 편했다…탁 트인 시야에 디자인도 눈길

두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운전 시야다. 신형 ES의 전장은 5140㎜, 전폭은 1920㎜로 이전 세대보다 각각 165㎜, 55㎜ 늘었다. 휠베이스도 80㎜ 길어진 2950㎜다. 제네시스 G80보다 차체 길이가 135㎜나 길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큰 차를 몰고 있다는 부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유리 면적과 낮게 설계된 계기판 주변 구조 덕분에 전방과 측면 시야가 탁 트였기 때문이다. 차체 크기가 부담스러워 대형 세단을 망설이는 여성 운전자에게도 권하고 싶을 만큼 운전이 편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운전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느낌이다.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공개된 전기차 ES 350e VIP 트림의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오토만, 통풍·마사지 기능을 갖춘 리어 컴포트 패키지가 적용됐다. [렉서스 제공]
지난 14일 진행된 렉서스 ‘올 뉴 ES’ 미디어 시승회에서 공개된 전기차 ES 350e VIP 트림의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오토만, 통풍·마사지 기능을 갖춘 리어 컴포트 패키지가 적용됐다. [렉서스 제공]

외관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날렵한 전면부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차체의 곡선이 세련된 인상을 줬다. 특히 렉서스의 상징인 ‘L’자 형태로 빛나는 방향지시등은 작지만 눈길을 끄는 요소다. 외장 색상도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 색깔에 따라 차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에서 내린 뒤에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이른바 ‘하차감’도 분명했다. 다만 선루프는 앞좌석 위쪽에만 자리해 실내 전체가 확 트이는 듯한 개방감은 부족했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배치된 운전자 보조 기능 조작 버튼도 직관적이다. 크루즈컨트롤 설정과 앞차와의 거리 조절이 어렵지 않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 정보를 시원하게 보여줘 계기판으로 시선을 옮기는 횟수를 줄여줬다.

실내는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손을 가까이 대면 아이콘이 나타나는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는 깔끔한 디자인과 물리 버튼의 조작감을 동시에 살렸다. 스마트폰 무선충전도 충전 중 발열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럽다.

렉서스 ‘올 뉴 ES’ 운전석과 실내 모습.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경수 기자
렉서스 ‘올 뉴 ES’ 운전석과 실내 모습.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경수 기자

다만 디지털 사용성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일부 메뉴를 조작할 때 반응이 다소 굼떴고, 아이나비 기반 내비게이션의 화면 구성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전방 주시 상태를 확인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은 경고가 다소 민감하게 느껴졌다.

앞좌석에는 열선·통풍시트가 모두 적용됐지만 마사지 기능은 없다. 뒷좌석 역시 열선만 제공되고 통풍시트는 빠졌다. 뒷좌석 통풍·마사지와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는 오토만 기능은 별도 모델인 ES 350e의 최상위 VIP 트림에서만 누릴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는 렉서스의 8000만원대 전기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편의사양만큼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가격은 ES 500e가 7700만~8490만원, ES 350h AWD가 7590만~8080만원이다. 전기차의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트림에 따라 415~435㎞이며, 최대 150㎾급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렉서스가 강조하는 가치는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이동’이다. 약 145㎞를 달리며 확인한 신형 ES는 그 철학을 하이브리드뿐 아니라 전기차에서도 구현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하이브리드 명가의 첫 전기 세단이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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