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명품 쇼핑·결혼 주선, 목동은 교육
수영장·조식 넘어 지역 맞춤 서비스 경쟁
교육, 건강, 자산관리…‘라이프케어’까지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수영장, 호텔식 조식 등으로 대표되는 하이엔드아파트의 프리미엄 요소가 이제는 교육, 헬스케어, 자산관리와 같은 서비스의 영역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건설사들은 해당 단지 입주민만 누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요소들을 발굴해 차별화된 단지 경쟁력으로 홍보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교육’에 특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조합에 제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시공사로 선정 전 목동10단지에 ‘디에이치 목동 에세르’ 교육특화 4대 플랜을 제시하며 전문 교육업체들과 연계한 ▷연령별 맞춤 학습도서 제공 ▷단지 전용 어린이 체육 프로그램 ▷단지 전용 국어논술 교육 ▷전용 커리큘럼 ▷단지 내 명문대학 교류형 멘토링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는 각 사의 정비사업 담당 부서는 지역 특성과 조합원의 라이프스타일, 연령 구성, 실질적인 수요를 조사해 맞춤형 생활서비스까지 함께 준비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과거 시설 고급화에 집중했던 시공사들은 이제 입주민이 단지에서 누리는 거주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돌봄, 외국어교육, 영화, 스파, 컨시어지 등 전문 운영사와의 협업도 늘리는 모습이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시공사가 내놓은 서비스는 각양각색이다. 압구정5구역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인근 갤러리아백화점과의 연계를 적극 내세웠다. 전용 멤버십을 통한 명품관 VIP 라운지 이용, 쇼핑 혜택, 전용 프로그램 참여 등을 입주민이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지점으로 내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이나 강남권은 자산관리, 프라이빗 컨시어지, 헬스케어 등 개인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면 목동은 아파트 밖을 나가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지역 특수성에 맞는 서비스를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공사들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시설 중심의 고급화 전략이 가진 한계와도 관련돼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피트니스센터, 라운지 등 하드웨어 중심의 시설 고급화는 공간 확보와 초기 공사비, 준공 후 지속적인 유지관리 측면에서 사실 한계가 있다”면서 “조합의 한정된 사업비와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유사한 이들 간의 교류를 선호하는 수요에 맞춘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시선도 있다. 단지의 가치가 어떤 고급 시설을 갖췄느냐를 넘어 입주민이 어떤 수준의 서비스와 인적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느냐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지 내에서 제공되는 교육, 네트워킹, 서비스 등이 일명 ‘그들만의 리그’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계층과 자산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관심사가 비슷한 집단에서 검증된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받는 것 자체도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거주와 함께 시너지를 내는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고급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모임이 새로운 서비스로 발전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에서는 2023년 말 입주민 사이의 만남을 주선하는 ‘원결회(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가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이후 이 모임은 ‘원베일리노빌리티’라는 결혼정보회사로 발전해 입주민뿐 아니라 강남권 거주자와 주민 추천을 받은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며 입주민 교류의 범위와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하이엔드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취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 단지별 골프모임, 탁구동호회 등이 다양하게 있다”라고 말했다.
입주민만의 교류와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은 신축 아파트의 상품 설계에도 반영된다. 목동10단지를 시공할 현대건설은 입주민 전용 교육 프로그램과 수강신청, 온라인 강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디에이치 목동 캠퍼스 전용 앱’을 도입해 학습과 일정, 공간예약 등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건강·노화 관리 등 입주민의 생활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생활서비스로 갖춘 상품으로 아파트의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도입 초기의 화려함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시설처럼 실제 이용률과 운영비용, 전문 운영사의 서비스 역량이 이어질 수 있는지도 시공사들의 고민 지점”이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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