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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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미국에서 뇌 조직에 침투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는 희귀 곰팡이의 검출 사례가 최근 2년 사이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치명률이 최대 70%에 달하는 데다 면역력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감염이 발생해 미국 보건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16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워싱턴대 의대와 CDC 공동 연구진은 최근 발간된 ‘질병·사망 주간보고서(MMWR)’를 통해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Cladophialophora bantiana)’ 감염 현황을 공개했다.

연구진이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워싱턴대 임상검사실에 의뢰된 검체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확인된 감염 사례는 확진 48건과 추정 감염 1건 등 총 49건이었다.

해당 곰팡이는 뇌 조직을 침범해 농양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감염자의 치명률은 60~70%에 이른다.

2023년 3건→2025년 14건…21개 주에서 감염 확인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의 검출 사례는 최근 들어 뚜렷하게 증가했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확인 사례는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2023년에는 3건이었으나 2024년 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4건까지 증가했다.

검사를 의뢰한 중추신경계 검체 수를 고려한 검출률도 상승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 사이 약 4배 증가했다.

2017~2023년에는 검사 검체 1000건당 평균 8.4건이 검출됐지만 2025년에는 26건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검사 의뢰량 증가만으로는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감염 사례는 미국 21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플로리다와 텍사스가 각각 5건, 펜실베이니아가 4건으로 뒤를 이었다.

확인된 환자의 연령 중앙값은 68세였다. 감염이 확인된 검체 49건 가운데 43건(88%)은 뇌를 포함한 두개강 내 중추신경계 조직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6건(12%)은 폐 조직에서 검출됐다.

연구진은 한 검사기관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감염 증가세를 확인했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공식 감시체계는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면역력 정상인 사람에게도 발생…뇌에 농양 형성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는 신경계 조직을 침범하는 성질이 강한 곰팡이다.

곰팡이의 세포벽에는 멜라닌 또는 이와 유사한 색소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검은색 계열의 색소를 가진 곰팡이인 흑색진균으로 분류된다.

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뇌 조직에 고름이 고이는 뇌농양이 발생할 수 있다. 농양 주변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환자에게는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 부위에 따라 팔다리의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 언어 장애, 의식 변화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도 쉽지 않다. 뇌 영상검사에서 발견되는 병변이 종양이나 다른 감염성 질환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와 곰팡이 배양, 유전자 검사 등이 활용된다.

특히 이 곰팡이는 면역 기능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CDC에 따르면 기존 감염 사례의 약 절반은 감염 이전에 면역저하를 일으킬 만한 질환이나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다.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뿐 아니라 평소 건강했던 사람에게서도 뇌농양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다.

실제 2025년 발표된 인도의 한 증례보고에서는 뚜렷한 면역저하가 확인되지 않은 64세 남성에게서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이 발생했고, 이후 검사에서 해당 곰팡이로 인한 뇌농양이 확인됐다.

감염 경로 여전히 불명확…CDC, 전국 감시체계 필요성 제기

감염이 증가한 이유와 곰팡이가 인체에 침투하는 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곰팡이가 공기 중으로 퍼진 포자를 통해 호흡기로 들어오거나 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한 뒤 혈류를 타고 뇌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체 검출 사례의 12%가 폐 조직에서 발견된 점은 호흡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다만 자연환경에서 이 곰팡이가 검출되는 사례가 드물고 환자들의 생활환경과 노출 이력도 서로 달라 감염원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 증가가 곰팡이의 서식 환경 변화나 병원성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치료에는 항진균제를 여러 종류 병용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뇌농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로 감염 조직을 제거하거나 고름을 배출하는 치료도 고려된다.

CDC는 프랑스에서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연구를 인용해 뇌농양을 수술로 제거하거나 배액한 환자들에게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치료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에게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뇌농양 환자를 진료할 때 해당 곰팡이 감염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당부했다. 감염이 확인되면 신속한 항진균제 치료와 수술 여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감염 사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감시 강화에도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보건당국은 지난 13일 의료기관과 검사기관을 대상으로 관련 감염 사례의 확인과 보고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진은 현재 미국에 이 곰팡이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감시체계가 없어 실제 발생 규모와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 검사기관에서 확인된 감염이 최근 빠르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CDC는 감염 위험 요인과 증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검사기관의 보고를 확대하고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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