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인공수로 흔든 3m 상어의 등장
출현 한 달 만에 방문객 150만 명 육박
멸종위기종 흑상어…시 홍보대사 위촉
인근 상권 반짝 특수…외지인 매출 급증
11월 수온 급락 우려…상어 생존 고민
뜨거워진 한국 바다…기후 위기 경고등
[헤럴드경제(부산)=김명상 기자] “집에서 여까지 자전거 타고 자주 오는데, 원래는 조용한 데였거든예. 근데 부캉이 요놈 오고 나서는 수로 옆이고 다리 우고 사람들로 꽉 찼는데 몇 년째 댕겼어도 이런 풍경은 첨 봅니더.”
16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상어 ‘부캉이’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수로 주변과 다리 위에는 상어를 보려는 인파가 빼곡했다. 수면 위로 꼬리가 보일 때마다 여기저기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두운 회색빛 등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자 스마트폰을 든 시민들의 탄성이 잇따랐다. 방문객들은 몸길이 3m에 달하는 상어의 움직임을 따라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창원에서 왔는데 온 김에 부캉이도 보려고 들렀다”며 “TV로만 보던 상어를 직접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적했던 도심 공원이 ‘슈퍼스타’로 떠오른 상어 한 마리의 등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늘어난 발길은 주변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부캉이의 체류가 길어지고 수온이 내려가면서 안전과 관람 질서, 외해 이동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출현 한 달째 북항 인파 몰려…150만 육박
지난달 18일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처음 발견된 부캉이는 17일로 출현 30일째를 맞았다. 초기에는 무태상어로 추정됐지만,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6일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로 확인했다. 흑상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 등급으로 분류되는 종이다.
2023년 11월 개장한 북항친수공원에서 부캉이가 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베이파크 브릿지와 제4보행교 사이 구간이다. 부산역 뒤편에서 보행 데크를 따라 접근할 수 있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부산을 오가는 여행객들도 찾아오고 있다.
부캉이 출현 이후 북항친수공원의 누적 방문객은 1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부산역과 공원을 잇는 통로부터 수로 주변까지 관람객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북항의 수변 공간도 주목받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상어를 기다리며 공원을 산책하거나 북항 일대를 둘러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북항친수공원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평일 낮인데도 공원 진입로에 전세버스가 정차하고 인파가 워낙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부캉이의 높은 인기에 공공 기관도 호응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공식 위촉했다. 북항친수공원을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낸 점을 반영한 것이다. 위촉에 앞서 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의견 수렴에는 82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91%가 찬성했다
주변 상권에도 활기…관광 홍보는 신중
방문객 증가와 함께 주변 상권의 소비도 늘었다. 부산시가 상어 출현 전후 열흘간 북항친수공원 반경 1㎞ 내 카드 소비를 비교한 결과, 음식점 매출은 29.3%, 편의점 매출은 35% 증가했다. 외지 방문객의 카드 소비액과 결제 건수도 각각 22.4%, 32.5% 늘었다.
다만 인파가 몰리면서 관람 질서와 상어 보호를 위한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야간에 스마트폰 불빛이나 라이터 등으로 수면을 비추는 행위가 잇따르자 공원 측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산책로 진입을 제한하고 나섰다.
취재진이 새벽 2시에 공원을 찾았을 때도 진입은 제한됐다. 출입을 통제하던 현장 관계자는 “지금은 상어 보호 때문에 못 들어간다”며 “오전 5시에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관광 관련 기관도 부캉이의 집객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안전과 외해 이동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광 홍보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국인 부산관광공사 서울사무소장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낮았던 공원 공간 자체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만 시 차원에서 상어를 안전하게 외해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어 지금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한 정보 제공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온 하강에 생존 비상…외해 유도 고민
부캉이의 체류가 길어지면서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수로에서 유영하고 있지만, 가을이 깊어져 수온이 내려가면 생존 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흑상어는 통상 18~26도의 수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11도 안팎에서는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시는 수온이 11도 내외로 내려가는 시점을 11월 중순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안전한 외해로 이동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다.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시도는 이미 두 차례 이뤄졌다. 부산시와 관계 당국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대형 그물과 물대포를 동원해 상어를 외해로 유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상어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후 당국은 추가적인 물리적 포획을 잠정 중단하고, 상어가 스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
부캉이의 출현은 의외…기후 위기 살펴야
상어가 수로를 떠나지 않는 이유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인공 구조물 때문에 방향을 찾지 못하거나, 일정한 경로를 반복해서 도는 행동이 스트레스의 징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먹이가 충분하고 바깥바다보다 환경이 안정적이라면 굳이 떠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올린 최근 영상에서 “바깥 바다보다 수로 내부의 환경 변화가 덜하고 먹이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나갈 유인이 적을 수 있다”며 “자연의 한 구성원이자 생명체로서 존중한다면 자기 힘으로 길을 찾아 나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캉이의 출현을 이례적인 볼거리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온 상승에 따라 해양생물의 분포와 먹이 이동이 달라지는 만큼, 이번 일을 우리 바다의 변화를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주변 바다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2025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60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 폭인 0.76도의 약 2.1배다.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의 분포가 확대되면 이를 먹이로 삼는 상어 등 대형 포식자의 이동과 연안 접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부캉이를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살피고 인간과 해양 생태계의 공존 방식을 점검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재천 교수는 “이번 일은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부캉이에게 열광하는 데서 나아가 ‘심각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점도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ter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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