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심리 46.3, 5개월 만에 최저
소비 관련 기업 실적 전망도 악화
AI·빅테크에 집중된 증시 상승세
가계 소비 둔화 땐 동반 타격 우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에도 지갑을 열며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소비 둔화가 기업 실적을 압박하고 주가 상승세까지 꺾을 수 있다는 경고가 월스트리트에서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약화하면서 주식시장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둔화할 경우 기업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져 증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뚜렷한 경고 신호는 소비심리에서 나타났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46.3으로 전월 48.1에서 하락했다.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유가와 식료품 등 필수 생활비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은 9월 4.6%에서 10월 4.7%로 높아졌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3.4%에서 3.5%로 상승했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가계가 외식이나 의류 등 선택적 소비부터 줄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서도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경기소비재와 필수소비재 업종의 예상 이익 증가율은 2024년 말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 기업 전반의 이익 증가 기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 지출에 민감한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맥도날드와 나이키, 룰루레몬 등 주요 소비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에서도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외식과 의류 등 지출을 조정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성장 전망에도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소비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경기소비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 9월 6억38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개별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적용한 경기소비재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S&P500지수보다 약 21%포인트 낮았다. 일부 대형주의 강세를 제외하면 소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 전체보다 크게 뒤처졌다는 의미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소수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S&P500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50일 및 1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은 약 3분의 1에 그쳤다. 지수 상승과 달리 상당수 종목은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동안 소비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특히 국채금리 상승이 주식의 가치평가 부담을 높이면서 대형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까지 악화하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업종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주가 하락이 다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FT에 따르면 2022년 말 이후 미국 가계의 주식·퇴직연금 자산은 34조달러 증가했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이른바 ‘부의 효과’가 지난해 미국 소비 증가분의 약 40%를 설명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의 효과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가 자산이 늘었다고 느끼면서 소비를 확대하는 현상이다. 반대로 증시가 하락하면 자산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주가 하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 악화가 다시 주가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비 여력 차이도 변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I 투자 확대와 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자산은 크게 늘었지만, 자산 증가의 혜택은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에 집중됐다. 반면 주식 등 금융자산이 적은 가계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높은 금리가 주식시장과 소비에 동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2027년 미국 소비 증가율이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주식시장 수익률까지 정체될 경우 부의 효과 약화로 소비 증가율이 추가로 0.5%포인트 하락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 소비지출은 아직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8월 실질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출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대형 은행들의 실적에서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JP모건체이스의 3분기 신용카드·직불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시티그룹과 웰스파고 등도 소비자들의 지출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심리 악화가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미다.
그러나 높은 차입 비용은 앞으로 소비를 제약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7.4%까지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와 가구·가전제품 등 금리에 민감한 소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운송비 상승도 상품 가격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월가의 관심은 소비심리 악화가 실제 지출 감소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발표될 소매판매 지표와 유통기업들의 실적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가 둔화할 경우 AI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된 증시 상승세도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sjy@heraldcorp.com
![임영웅 51억에 산 집, 이젠 120억…하하·정동원도 사는 ‘강북판 타워팰리스’[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7/news-p.v1.20261016.f574b812626d48019a4018618b827c5b_T1.jpg?type=h&h=240)
![“샌디스크도 아니었다”…S&P500 상승률 1위, 7배 뛴 이 종목[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5/news-p.v1.20251010.236fb20db3324e3bbd6f1dba7ec63bff_T1.jpg?type=h&h=240)
![[르포] 공장 들어서자 ‘밥 냄새’가 훅…쿠첸 ‘티타늄 밥솥’ 의 비밀[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6/news-p.v1.20260923.16e9b0f48f08469fa1014f2864f8e8fc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