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실업률 약 19%·美의 두 배…대졸자는 역대 최대 1270만명

“일자리 3700만개 부족”…코로나19 전 추세 대비 도시 고용 7% 낮아

알리바바·바이트댄스,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감원…AI가 한 요인

중국 상하이의 최신 증권거래소 및 경제데이터 화면 앞에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EPA]
중국 상하이의 최신 증권거래소 및 경제데이터 화면 앞에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몇 달 동안 마융젠(27)은 부모에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지 않았다. 컴퓨터공학 석사과정 중이던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지만, 부모는 아들이 여전히 대학원에 다니는 줄 알았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매일 아침 기숙사 룸메이트들이 학교로 향하면 그는 베이징 시내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길고양이를 구경했다. 올해 초에는 아름다운 산과 느긋한 생활 방식으로 유명한 윈난성 다리로 떠났다. 방랑 생활을 즐기는 중국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인공지능(AI)의 부상과 기술기업들의 잇단 감원을 보며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겠다고 확신했고, 공부를 계속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마융젠은 “과거에는 모두가 삶이 계속 나아지고 소득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래를 바라보면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고도성장기에 태어난 세대가 성인이 됐지만,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990~2000년대에 태어난 중국 Z세대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면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다고 믿으며 자랐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가 누적되면서 경제적 독립과 안정적인 직업, 결혼, 출산 등 성인으로서 이뤄야 할 목표가 점점 손에 닿지 않는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재학생 제외)은 약 19%로, 미국 청년 실업률 약 9%의 두 배를 웃돌았다. 올해 대학 졸업생은 역대 최대인 1270만명에 달한다.

홍콩대 경제학 교수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부서장 지낸 스티븐 바넷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 도시지역의 전체 고용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자리 증가 추세가 이어졌을 경우보다 약 7% 낮다. 일자리로 따지면 약 3700만개가 부족한 셈이다.

27세 장톈은 조경학을 전공했지만 2021년 졸업할 무렵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 개발업체에 취업했지만 6개월 만에 해고됐고, 이후 얻은 일자리도 지난해 말 잃었다. 5년째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은 엄두도 못 낸다. 그는 “연애하고 사랑하는 것은 감정의 문제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에서 알리바바 부스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에서 알리바바 부스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중국 기술기업들은 과거 인터넷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대규모 채용에 나섰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규제 강화와 경기 둔화로 인력 감축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단순·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인력을 대체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AI 개발·도입에 필요한 전문인력은 적극 확보하는 반면 기존 업무를 맡던 인력의 수요는 줄이면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주요 기술기업들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AI 기술이 감원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영화 제작부터 금융업까지 다른 산업에서도 AI로 신규 채용을 줄이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일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AI가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신입을 과거처럼 적극 채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고객 서비스와 영업, 회계, 데이터 분석, 인사관리 업무 등에 AI 에이전트를 ‘디지털 직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상하이과학기술대가 중국 5대 채용 플랫폼의 구인 공고 7억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AI는 경력 1~3년 초급·중간급 인력의 채용 수요를 가장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오늘날에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이러한 업무를 대신하면서 기업들이 저임금의 입문 단계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 앞을 배달기사가 지나가고 있다. [EPA]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 앞을 배달기사가 지나가고 있다. [EPA]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자 청년들은 플랫폼 일자리로 눈을 돌렸지만, 이곳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중국 싱크탱크 신취업형태연구센터에 따르면 정규직 고용계약 없이 일하는 유연 노동자는 지난해 2억8000만명에서 올해 3억2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도시지역 전체 취업자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배달·차량호출·라이브방송 같은 플랫폼 일자리마저 로보택시와 각종 로봇이 빠르게 들어오면서 위협받고 있다.

중국 당국도 불안해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허리펑 부총리가 지난해 대기업들을 상대로 AI의 고용 영향을 조사했을 때 일부 기업은 기존 일자리의 3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후 정부는 기업들에 AI를 도입하더라도 일자리를 줄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기업은 품질관리 감독 업무를 맡던 직원을 AI로 대체했다가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법원 판결문과 해당 근로자의 변호인에 따르면 회사는 전직 직원에게 약 3만8000달러를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도 데이터 수집 업무를 AI에 뺏긴 또 다른 중국 남성은 고용주를 상대로 노동 중재를 신청해 보상을 받아냈다.

베이징시 인적자원·사회보장 당국은 지난해 12월 “사용자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