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고농도 산소요법 이후 12시간 넘게 관련 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80대 남성 A씨는 2018년 2월 폐렴과 폐부종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고혈압과 당뇨를 앓던 A씨는 2001년 폐암으로 폐 일부를 절제했고, 2주 전에도 폐렴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 악화로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상태였다.
당직의는 A씨의 산소포화도가 80% 수준으로 떨어지자 오전 3시50분께 고농도 산소요법을 실시했다.
A씨는 오전 9시께부터 의식이 흐려지면서 상태가 악화됐다.
병원은 오후 4시께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A씨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과다 축적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오후 6시께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같은 해 3월 결국 사망했다.
유족들은 병원과 의료진이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작한 지 12시간20분, 의식이 악화된 후에도 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검사를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료지침에는 산소요법 시작 후 30∼60분 후에 동맥혈가스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1심은 병원 측 과실과 인과관계가 일부 인정된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봐 A씨 유족들에게 약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진료지침은 권고사항으로 검사 여부는 의사가 판단할 사항이고,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A씨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은 설령 의료진이 제때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더라도 A씨의 고령과 중증 기저질환 등을 고려할 때 과실과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의료행위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의 존재와 그 과실이 환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기존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 의료지침 내용과 감정의 의견, 산소 투여 후 약 12시간 동안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종합해 보면 병원 측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 과실이 A씨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고, 의료진이 이를 뒤집을만한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의료진 과실과 A씨 병력의 기여도를 고려해 손해배상 범위를 새롭게 정하게 된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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