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전망 내년부터 연 3회로 확대키로
하반기 성장전략 대신 핀포인트 대응 전환
양극화 해소 핵심은 일자리…3대 정책 논의
한미 재정·통화 수장 사상 첫 2+2 회동 성과
현 환율 수준 “경제 펀더멘털 찾아가는 과정”
[헤럴드경제(방콕)=양영경 기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6%까지 높아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설비투자 호조를 근거로 기존 3%대 성장 전망을 구체화한 것이다.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반등도 임박했다고 내다봤다.
이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퀸시리낏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남은 기간 대외적인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해서 큰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3% 중반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3.3%를 상회할 것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밝혔다. 3%대 중반의 범위에 대해서는 “3.4~3.6%”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관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3.0%,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각각 3.2%, 한국은행과 IMF 각각 3.3%, 무디스 3.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 등이다. 이 부총리가 제시한 수치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전망치는 물론 한국은행과 IMF의 전망치도 웃돈다.
이 부총리는 “1분기와 2분기가 1.8%, 0.6%로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이 정도 올라간 상태에서 3분기까지 괜찮으면 성장률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잠재성장률에 대해서는 “최근 성장세와 성장 구성을 보면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벗어나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어찌 보면 임박했다고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1.52%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 부총리는 과거 미국에서 설비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과 잠재성장률 변화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설비투자가 굉장히 좋은데 내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반도체는 여전히 수요가 높은 반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급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경제전망 발표 횟수는 기존 연 2회에서 3회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워낙 경제가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1년에 두 번 하는 게 현시점에서 괜찮은지 고민하게 된다”며 “연말에는 당연히 내년 경제를 짚어봐야 하고 추가 업데이트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 하는 게 빠르게 변하는 경제에 대응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전망의 발표 시점은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매년 발표해 온 하반기 경제성장전략도 내년부터 개편된다. 이 부총리는 “대규모 작업을 한 번 더 하기보다는 경제전망을 더 정확하게 하고 그 전망 속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대응방안을 내는 쪽이 바뀐 현실에 맞는 것 같다”며 “지금 생각이 연말까지 그대로 간다면 ‘하반기’라는 이름의 경제성장전략은 내년에는 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전망 수정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핀포인트’ 대책을 내놓는 구상과 관련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게 보이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답이 아닐 것 같다”며 “대응방안이든 대책이든 준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로는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이 부총리는 주요 신용평가사와 다자개발은행(MDB) 수장들이 한국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양극화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소득·자산, 지역, 기업 규모, 세대 간 격차에 대해서는 “다섯 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엉켜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중 일자리가 여러 문제를 연결시키는 이슈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양극화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 부총리는 “현재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확대된 재정 여력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을 더 찾아보자는 데서 출발했다”며 “진짜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과세수 활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5조원을 국채 발행 축소에 사용했으며 추가 감축 여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후 국내 국채금리가 하락한 점을 들어 “당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인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국채시장 안정을 위한 바이백(국채 조기상환)에 대해서는 이미 10월 3조5000억원 규모의 정례 바이백을 결정했으며 이후 긴급 바이백 실시 여부와 규모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한미 재정·통화당국 수장 간 사상 첫 ‘2+2 회동’에 대해서는 “재무부끼리 양자가 열리고 중앙은행끼리도 양자가 열리는데 같이 논의하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 여러 일이 있을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방콕 방문 전부터 양국 간 협의를 거쳐 준비됐으며 상호 의견이 일치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비공개 합의에 따라 공개하기 어려우며 향후 회동의 정례화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이 부총리는 설명했다.
이번 회동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이 부총리는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든든한 안전망이라는 차원에서 의미 있고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월 통화스와프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던 데서 입장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외환유동성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구명조끼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며 “지금은 우리 시장도 많이 올라와 있고 경제 규모도 커졌으니 선진국 수준의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튼튼한 방어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지난 7월 1550원까지 상승했던 상황을 두고 “그 당시 모습이 오히려 우리 펀더멘털을 벗어난 모습”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준에 대해서는 “경제 펀더멘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세입 전망 조정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추정할 때 반도체 기업 실적을 이미 많이 감안했다”며 “환율 영향과 다른 상방·하방 요인도 반영한 만큼 현시점에서 세입 전망치를 바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미투자와 관련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이 오면 평가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지를 보는 절차가 있다”며 사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지난 15~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며 취임 후 첫 다자외교에 나섰다. 사흘간 다자회의 5건, 양자면담 19건, 외신 인터뷰 1건 등 총 25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첫 2+2 회동을 비롯해 주요국 및 국제금융기구와 경제·금융 협력을 논의하고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도 면담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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