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840년 철도·2000년 닷컴버블 비교
대규모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 못낼 가능성
NYT “AI 차입의 취약한 고리 노출 시작”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과잉투자’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과거 철도와 인터넷 산업처럼 대규모 투자에도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AI 주식시장의 흔들림이 일깨운 교훈,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현재의 AI 투자 붐이 과거 대규모 설비투자 열풍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이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구절로 꼽았던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는 표현을 인용, AI 관련 기업들이 현재 거두는 막대한 이익이 미래의 투자 수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매킨토시는 1840년대 영국의 철도 투자 거품과 2000년대 전후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망 구축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 투자는 사회 전체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왔지만, 수익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경쟁 심화로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겼다. 매킨토시는 그러면서 영국의 철도 투자 거품이나 닷컴버블 사례처럼 AI 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스테인 판니우에뷔르흐 교수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서 2032년까지 미국의 AI 관련 투자 규모가 총 9조달러(1경20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해당 기간 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3.2%를 AI 투자에 쏟아붓는 셈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투자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매킨토시는 막대한 돈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더라도 AI 기술이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AI 관련 기업들이 거두는 높은 이익 역시 앞으로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반도체와 냉각장치, 발전기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건설 붐이 끝나면 관련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10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AI 인프라 투자 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AI 붐이 3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FT는 규제정보업체 레그레이어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최소 47건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됐거나 철회됐거나 승인이 막혔다고 보도했다. 레그레이어는 이 수치는 최대 규모 프로젝트만을 대상으로 한 “보수적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판니우에뷔르흐 교수는 AI 산업 속 막대한 부채가 “모두 재무제표 밖에 숨어 있다”며 현금흐름이 10%만 줄어도 지분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 역시 현재의 높은 이익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익 증가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15% 상승했지만,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에서 15배로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역시 주가가 3배로 뛰었는데도 선행 PER은 5배를 밑돌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로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코어위브의 주가는 지난주 24%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마이크론도 11% 떨어졌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7.8%, 24.3% 하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매킨토시는 AI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거두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낭비될 수 있고, 반대로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 등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날 코어위브,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의 자금 조달과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이것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취약점인지, 데이터센터 건설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번질 신호인지를 짚었다. 최근 우려는 코어위브가 확산시켰다. 51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부채가 720억달러(약 96조1000억원)에 달하자 시장에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평가했다. 지난주 코어위브 회사채 금리는 15%를 넘어섰다. 정크 본드(투기등급 채권) 수준이다.
조사업체 AIR 플랫폼의 데이비드 먼브스 신용 전략 책임자는 “시장은 오늘 투입하고 빌려야 하는 자금과 향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 잠재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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