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40명에 특별전시실 1시간 제한

국중박 “대관 아닌 협업” 기준 논란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 팬 이벤트에 특별전시실을 내주며 관람객 입장을 제한한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감사에선 특별전시실 신규 입장을 1시간 동안 막고도 이 행사를 ‘외부 대관’이 아닌 ‘협업’으로 처리한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박물관에 보낸 공문에는 멤버들과 팬 40명이 특별전시실을 3시간 동안 쓰겠다는 요청이 담겨 있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지난 8월 8일 열린 블랙핑크 팬 이벤트의 추진 경위와 시설 사용 기준을 따져 물었다. 토요일이던 이날 박물관은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특별전시실1의 신규 관람객 입장을 제한했다.

김 의원실이 공개한 YG의 협조 요청 공문에 적힌 행사명은 ‘블랙핑크 X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투어 팬이벤트’다. YG는 공문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귀 관과 협력하여 진행하길 희망한다”며 박물관의 “시설 사용 및 안전 관리”에 협조를 구했다. 요청한 일시는 8월 8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총 180분’, 장소는 특별전시실1이었다. 참석 대상은 블랙핑크 멤버와 ‘게릴라 이벤트 당첨자 40명’, 프로그램은 멤버 도슨트 재청취와 태국 미술 전시 관람, 멤버와 팬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적혔다.

유 관장은 이 행사가 YG와 진행한 협업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박물관은 올해 2월부터 이어온 ‘국중박×블랙핑크’ 협업의 연장선에서, 태국 출신 멤버 리사의 인지도로 당시 열리던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알리려 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2월의 협업과 8월의 팬 이벤트를 별개로 봤다. 2월 말부터 3월 8일까지 진행한 멤버들의 유물 음성 도슨트와 홍보 이미지, 박물관 외벽의 핑크빛 조명은 문화유산을 알리는 홍보 협업으로 볼 수 있지만, 8월 행사는 7월 말 YG 측의 전화 연락으로 시작된 별개의 팬 이벤트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협업으로 판단한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섭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섭 기자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관람객 보호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만찬으로 임시 휴관하면서 특별전 예약 관람객 774명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바꿔야 했고, 그해 국정감사에서 대관규정 위반 논란이 일자 규정을 고쳤다. 그러나 협업으로 분류된 행사에는 사전 공지나 관람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별도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행사는 촉박하게 추진됐다. 박물관이 언론에 설명한 일정에 따르면 YG는 7월 29일 행사 개최를 요청했고, 유 관장은 행사 닷새 전인 8월 3일 최종 승인했다. 장소는 8월 5일 특별전시실1 로비로 정해졌고, YG의 공식 공문은 행사 전날인 7일 접수됐다. 일반 관람객 안내도 같은 날 오후 7시께에야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공지 제목은 ‘8월 8일 오후 일부 전시 공간 임시 조정 안내’였다. 본문에는 ‘박물관 행사’로 일부 전시 공간 입장이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만 담겼고, 블랙핑크라는 행사명도, 구체적인 입장 제한 시간도 적히지 않았다.

박물관에 따르면 행사 전날 기준 특별전 사전 예약자는 65명이었고, 오후 3시께 입장 제한을 풀 때 현장에서 기다리던 관람객은 50~60명가량이었다. 같은 날 오후 예정돼 있던 이다 작가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전시 관람+그리기 워크숍’은 전시 관람 순서가 밀렸다. 이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후 2시 30분부터 전시를 볼 예정이었지만 입장이 막혀 이론 강연을 오후 3시 10분까지 늘렸다고 적었다.

박물관은 워크숍 일정을 행사 전날 출판사 동의를 받아 조정했고,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에게는 다른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입장권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YG가 공문으로 요청한 사용 시간은 3시간이었고, 실제 입장 제한은 1시간이었다.

행사 이틀 뒤인 8월 10일에는 승인 과정과 관람 제한이 적절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에 배정됐던 민원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어갔다. 박물관은 8월 28일 답변에서 “행사의 안전과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관과 협업을 구분하는 내규나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판단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협업 행사에 대한 판단 기준과 관람객 이용 영향평가 도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블랙핑크 팬 이벤트가 태국 특별전 홍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