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컴퍼니 제작…2027년 5월 BAM 하비 시어터
뉴욕·인도·신화 오가는 ‘에로틱 뮤지컬 판타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바나를 무대로 옮긴 ‘라이온 킹’의 줄리 테이머 연출가와 ‘드라큘라’, ‘맨 오브 라만차’ 등 숱한 히트작을 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손을 잡았다. 신 대표에겐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흥행에 이어 또 한 번의 미국 진출작이다.
오디컴퍼니는 줄리 테이머가 연출하고 엘리엇 골덴탈이 작곡한 신작 뮤지컬 ‘위대한 망상(The Grand Delusion)’을 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위대한 망상’은 2027년 5월 11일부터 6월 6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의 하비 시어터에서 세계 초연한다.
BAM은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2027년 겨울·봄 시즌을 발표하며 이 작품을 소개했다. 미국 공연 전문매체 브로드웨이뉴스에 따르면 ‘위대한 망상’은 “신춘수, 오디컴퍼니와의 특별 협약으로(by special arrangement)” BAM 무대에 오른다. BAM은 ‘위대한 망상’을 “위험과 악마적 유머가 깃든, 에로틱하고 전율이 이는 새 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이야기는 현대의 뉴욕과 인도, 그리고 ‘위대한 망상’이라 불리는 마법의 세계를 오가는 사랑 이야기다. 무대는 춤과 몰입형 무대 디자인, 퍼펫(인형), 음악을 하나로 엮는다. 가면과 인형으로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세계를 짓는 줄리 테이머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길 무대다.
줄리 테이머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연출가다. 대학에서 신화와 민속학을 공부했고, 젊은 시절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가면·무용 극단을 꾸렸다. 그때 몸에 익힌 가면과 인형의 문법은 1997년 브로드웨이 ‘라이온 킹’에서 활짝 피었다. 줄리 테이머는 ‘라이온 킹’으로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과 의상디자인상을 함께 받았다.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을 받은 첫 여성이었다. 뮤지컬 밖으로도 걸음을 넓혀 영화 ‘프리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마술피리’를 연출했다.
작곡가 엘리엇 골덴탈은 1980년부터 줄리 테이머의 삶과 작업을 함께해 온 동반자다. 영화 ‘프리다’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오페라 ‘그렌델’로 2007년 퓰리처상 음악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두 사람은 뮤지컬 ‘후안 다리엔’, 영화 ‘타이터스’ ‘템페스트’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브로드웨이뉴스는 ‘위대한 망상’을 “수년 만에 선보이는 두 사람의 대형 무대 협업”이라고 적었다.
초연 무대인 BAM은 현재 운영 중인 미국 공연예술센터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1859년 설립 인가를 받고 1861년 문을 열었다. 브로드웨이가 흥행작의 무대라면, BAM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의 무대로 이름을 얻었다. 세계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해 온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도 BAM에서 열린다. 하비 시어터는 1904년 지어진 800여 석 규모의 극장이다.
신춘수 대표는 “현대 공연예술계의 살아 있는 거장 줄리 테이머 연출과 함께 ‘위대한 망상’이라는 거대한 비전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게 돼 매우 뜻깊다”며 “줄리 테이머와 엘리엇 골덴탈의 예술적 혼과 한국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역량이 완벽한 시너지를 이뤄,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압도적이고 매혹적인 무대 예술의 진수를 선사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신춘수 대표는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로 국내 뮤지컬 시장에 신드롬을 일으킨 제작자다. ‘맨 오브 라만차’ ‘드라큘라’ ‘일 테노레’도 오디컴퍼니의 손을 거쳤다.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는 4주, 2015년 ‘닥터 지바고’는 3주 만에 막을 내렸다.
반전은 2024년 4월에 찾아왔다. 신춘수 대표는 한국 제작자로는 처음으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위대한 개츠비’를 브로드웨이에 올렸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해 토니상 의상디자인상을 받았고, 지난달 브로드웨이 공연 1000회를 넘겼다. 9월 27일까지 누적 매출은 약 1억4176만 달러(약 1898억 원)다. 다만 제작비 2500만 달러(약 335억 원)는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올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타이타니크’의 공동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신 대표는 현재 워너브라더스 시어터 벤처스와 함께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뮤지컬화도 준비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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