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 하락 폭이 코스피 전체의 1.6~1.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208조원대 순매도 중인 외국인은 이달초 코스피가 7000포인트에서 5500안팎까지 밀려나는 하락장에서조차 여전히 매도 우위다.
AI 기업의 부채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롯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흐름이 한국은 물론 대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신흥국 시장 안에서 글로벌 자금의 투자 심리가 개선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19일 기준)이 연중 고점 대비 3.54%포인트 낮아진 사이 삼성전자는 6.41%포인트, SK하이닉스는 5.8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끈 반도체 대형주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시장 평균보다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6일 연초 이후 최저치(45.98%)를 기록한 뒤 19일 45.99%로 올 들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레벨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로 봐도 2008년 이후 약 18년여 만에 가장 낮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올해 초 52.4%(1월6일)까지 올랐지만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6%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도 올초 54.64%(2월 25일)를 기록했던 지분율이 19일 48.82%를 기록해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가가 오를 때 외국인 매수세가 동반됐던 풍경은 올들어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주가가 상승해도 외국인 보유량은 반대로 움직이는 양상이 뚜렷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해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와 외국인 보유 주식 수가 상관계수 약 +90%였을 정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올들어 두 지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역의 관계가 발생했고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지수가 하락할 때 외인들이 뚜렷한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도 아니다. 지난 2일 코스피가 7000포인트를 재탈환 한 뒤 최근 5500포인트 안팎까지 밀리는 동안에도 외인은 1조7000억원대 순매도를 지속했다. 이달 2일 이래 이날까지 11 거래일 가운데 단 2거래일만 900억~3000억대 소폭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이 전부다.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코스피 시장에서 208조원 넘는 순매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급 실적이나 지수 상승으로도 외국인 ‘팔자’를 막을 수 없는 건 글로벌 IT·반도체주를 대표하는 대만 증시에서도 공통적 현상이다. 올해 대만 가권지수는 60% 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 3배를 웃돈다. 지난 15일 하루치 순매도 규모는 집계 이래 최대 규모(3026억대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 내 비중이 40%로 독보인 점, 실적 성장만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상황과 유사하다.
정정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을 보면 외국인 순매수와 증시 성과가 과거에는 유사한 흐름이었고, 2018년 이후 분기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TSMC 매출 성장률보다 약 3개 분기 앞서 움직였다”며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외국인 순매도는 확대돼 투자자들이 대만 시장에 대한 고민이자 TSMC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집중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산업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기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마크 하비브 S&P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주요 AI 기업에 대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채가 더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기대했던 투자 수익이 실현되지 않거나 AI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할 경우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AI 기업 6곳의 2025~2030년 AI 관련 설비투자가 7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대형주에 집중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투자 수요가 코스닥 중소형주와 가치·배당주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2027년 상반기에는 코스닥 내 여러 종목이 순환하며 상승하는 종목 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하반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장기간 소외됐던 헬스케어 업종이 주목받을 수 있다”며 “운송·보험·음식료·미디어 업종은 상대적으로 가치와 배당 매력을 함께 갖춘 업종과 금리의 상하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영향을 덜 받는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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