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늦어질라’...중구민 3500명 반대 의견서 관계기관 전달

중구, 서울시·국가유산청·유네스코·이코모스 등에 의견서 전달…신중한 검토 요청

김길성 중구청장(오른쪽)이 오세훈 시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오른쪽)이 오세훈 시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가 ‘한양의 수도성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서를 지난 13일 서울시에, 지난 20일에 국가유산청, 유네스코(UNESCO), 이코모스(ICOMOS)에 잇달아 전달했다.

주민 35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의견서에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과 재산권 제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담겼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은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을 아우르는 ‘한양의 수도성곽’의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한양도성은 중구의 광희문에서 다산동과 남산을 거쳐 숭례문으로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노후 주거지와 도심 재개발 구역이 자리한 만큼, 중구 주민들은 세계유산 등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등재 이후 적용될 수 있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이하 ‘영향평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100m 이내 구역이 완충구역으로 지정돼 건축·정비사업 등 추진 시 영향평가가 의무화된다. 평가 절차에만 평균 1년~3년가량이 추가로 소요되어 정비사업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 앞서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 공산성의 경우, 주변 정비 사업계획이 대폭 조정을 요청받으며 사업이 약 3년간 지연되기도 했다.

더욱이 완충구역 밖의 사업이더라도 국가유산청에서 영향평가의 실시를 요청할 수 있어 대상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당9·10·13구역 등 주택 정비사업과 남산타운 리모델링은 물론, 광희동·DDP·서소문 일대 도심 재개발사업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구는 남산 고도제한 완화 이후 오랫동안 막혀 있던 주택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세계유산 등재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해 어렵게 마련된 주거환경 개선의 기회가 늦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산동, 장충동, 신당동 등 한양도성에 접한 인근 일반 건축물의 신축, 증축, 개축 등도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더욱이 성벽이 남아 있지 않은 유실구간도 지하 유구의 보존이나 연속유산의 경계 설정 등에 따라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성벽과 직접 맞닿지 않은 지역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우려와 문의가 잇따르자 중구는 지난 9월 3일 주민들의 요청으로 신당누리센터 대강당에서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등재 추진 현황과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주민들은 정비사업 지연과 재산권 제한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반대하는 의견서와 35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연명부를 중구에 공식 제출했다.

중구는 주민들의 뜻이 등재 추진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서와 연명부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 보존의 필요성뿐 아니라 주민 재산권 보호와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는 오는 11월 5일 신당누리센터 대강당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서 전달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과도한 규제나 불합리한 절차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개선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문화유산의 가치 보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정비사업을 준비해 온 구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 역시 행정에서 세심하게 챙겨야 할 책무”라며 “주민들의 우려와 의견이 관계기관에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사업장별 맞춤형 지원으로 도심 개발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