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사과·참외·양파 ‘품질백서’ 구축…저장 조건별 품질 변화 시각화

참외 적정 저장온도 10도 제시…양파 예비 건조로 부패율 최대 66.3% 감소

농촌진흥청이 구축한 ‘품질백서’의 사과 품질정보 시각화 화면. 사과의 생산 이력과 수확 직후 품질, 저장 기술별 중량 감소율 및 저장 한계 예측 시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구축한 ‘품질백서’의 사과 품질정보 시각화 화면. 사과의 생산 이력과 수확 직후 품질, 저장 기술별 중량 감소율 및 저장 한계 예측 시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사과를 언제 출하해야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참외는 몇 도에서 보관해야 저온 피해를 피할 수 있을지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양파는 저장 전 예비 건조만으로 부패율을 최대 66.3% 낮출 수 있다는 실측 결과도 제시됐다. 농산물의 저장과 출하 시기를 경험에 의존해 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 변화를 수치로 확인하는 관리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사과·참외·양파 등 원예작물 3개 품목의 수확 전후 품질 정보를 통합하고 저장 조건별 변화를 시각화한 웹 기반 ‘품질백서’를 구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농산물의 수확 후 품질 정보는 연구보고서마다 측정 기준이 달랐고, 재배 이력과 저장 중 품질 변화도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산지유통센터(APC)와 농가가 저장 방법이나 출하 시점을 결정할 때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번에 구축한 품질백서는 지역과 품목, 품종별 재배 환경부터 수확 직후 품질, 전처리 방식, 저장 온도와 습도에 따른 품질 변화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을 통해 제공되며, 저장 조건별 품질 변화와 저장 한계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저온 저장과 포장 내부의 기체 조성을 조절하는 MA 저장, 에틸렌 작용을 억제하는 1-MCP 처리,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CA 저장 등 다양한 저장 기술에 따른 품질 변화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사과는 저장 중 무게 감소율을 기준으로 상품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판단하도록 했다. 저장 기술에 따라 무게가 5%와 8% 감소하는 시점을 제시해 출하 시기를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지유통센터가 사과의 저장 일자와 방법, 온도, 수확 직후 품질 정보를 입력하면 저장 중 무게 감소 추이와 상품성 저하 기준선에 도달하는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입고된 사과를 먼저 출하하는 선입선출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 저하 가능성이 큰 물량부터 출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참외는 저장 온도에 따른 품질 차이를 분석해 적정 보관 온도로 10도(℃)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4도와 7도, 10도, 상온에서 보관한 참외의 갈변율과 손실률을 비교해 저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조건을 도출했다.

또 참외 열매가 맺힌 순서인 1~4화방에 따라 껍질 색이 달라지는 특성을 반영해 밝기와 색상 측정 기준을 마련했다. 생산지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품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파는 저장 전 예비 건조인 ‘큐어링’ 처리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양파는 저장 과정에서 손실률이 30%에 이를 수 있어 수확 후 관리가 중요하다.

농진청이 제시한 실측 자료에 따르면 예비 건조 처리를 거쳐 0도에서 7개월간 저온 저장한 양파는 중량 감소율이 최대 54.3%, 싹이 튼 비율이 55.1%, 부패율이 66.3% 감소했다. 저장 전 처리만으로도 장기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품질 측정 기준도 통일했다. 당도와 산도, 경도, 껍질 색, 호흡량 등 주요 품질 항목의 측정 부위와 단위를 일원화해 서로 다른 장비와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농진청은 이번 품질백서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의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산지유통센터는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농산물의 입고부터 선별·출고까지 관리하는 시설이다.

농진청은 품질백서를 시범 운영하며 시스템을 안정화한 뒤 내년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적용 품목도 현재 3개에서 11개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품질백서는 수확 후 관리를 주관적 경험에서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산지와 유통 현장에서 감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최적 출하 시점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현장 중심 데이터를 계속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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