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보습부터 토핑까지…편의점 4사 ‘품질 경쟁’
김밥값 8.3% 오르자, 소비자 수요도 함께 늘어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요즘 편의점 김밥, 예전 편의점 간편식의 맛이 아닙니다.”
편의점 김밥이 달라졌다. 고물가에 간편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밥알의 식감부터 속재료까지 손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이제 맛과 품질의 승부다.
2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4사는 김밥의 원재료와 제조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반복 구매가 잦은 상품인 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요소를 바꿔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행하는 이색 조합이나 새로운 레시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제성이 곧 판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상품 기획력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GS25는 지난 3월부터 간편식 품질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풀체인지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구매 빈도와 회전율이 높은 김밥이 첫 대상이다. 밥 비중을 줄이는 대신 토핑 양을 늘려 속재료의 풍미를 살렸다. 참깨와 참기름으로 밥의 고소함과 감칠맛도 높였다. 전용 조미 에센스도 적용했다.
속재료도 다듬었다. 튀긴 맛살을 넣고 풍미를 높인 계란과 햄, 그리고 간장 양념의 깊이를 더한 어묵을 채웠다. GS25는 3월 말까지 김밥 16종의 리뉴얼을 마쳤다. 이후 출시하는 신상품에도 같은 품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협업 제품은 조용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유튜브에서 소개해 화제를 모은 ‘식물원김밥’과 손을 잡았다. 명란통계란김밥, 날치알묵은지김밥이 대표적이다. 출시 후 자사 앱 ‘우리동네GS’ 상위권에 오르며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GS25 김밥 카테고리의 전년 대비 기준 매출은 2023년 37.6%, 2024년 42.3%, 2025년 21.0%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5.4% 증가했다. 식물원김밥 판매를 시작한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김밥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7.6% 늘었다.
CU는 밥알에 집중했다. 김밥 외에도 도시락 등 제품에서 밥의 완성도가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쌀을 씻고 불리는 과정부터 밥을 지을 때 쓰는 물까지 전 과정에 경도 5mg/L 이하의 연수를 적용했다. 적합한 경도를 찾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자체 실험 결과, 소비기한이 임박한 시점에도 연수를 쓴 밥의 보습력이 기존보다 20% 이상 높았다.
밥알의 효과는 뚜렷했다. CU 삼각김밥 매출은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7.3% 늘었다. CU는 삼각김밥을 시작으로 김밥과 도시락 등 간편식 전반으로 연수 사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세븐일레븐도 기술로 승부하고 있다. 지난 4월 ‘라이스 프로젝트’로 냉장밥의 노화를 늦추고 수분을 보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성과는 천천히 나타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1~9월 삼각김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김밥 매출은 21% 증가했다.
이마트24는 지난 7월부터 삼각김밥의 핵심 원재료인 김과 밥, 속재료를 전체적으로 개선하는 리뉴얼을 단행했다. 리뉴얼 이후 7~9월 삼각김밥의 일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5% 늘었다.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을 내부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밥의 품질에 공을 들이는 흐름은 편의점에서 한끼를 채우는 소비자가 많아진 영향이 크다. 실제 김밥을 포함한 간편식은 편의점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컵라면이나 음료 등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져 고객을 유입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끝없이 오르는 외식 물가도 간편식의 성장 배경이 됐다.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지역 김밥 1줄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전년 동월(3623원) 대비 8.3% 올랐다. 편의점 김밥도 일부 3000원대가 됐지만, 다양한 토핑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이 많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편의점 간편식이 한 끼 식사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의 품질 기대치도 높아졌다”면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밥맛과 원재료, 차별화된 상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iu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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