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트위크 첫 개최 ‘집: 이어진 숨결’

예술가의 터전, 동시대 예술로 재해석

역사문화유산 11곳, 전시장으로 변신

성북구립미술관 2026 성북아트위크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성북구립미술관 2026 성북아트위크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서세옥, 변시지, 이태준, 한용운 등 많은 예술가가 살던 서울 성북구가 예술로 물든다.

성북구립미술관, 성북구청, 성북문화재단은 다음 달 1일까지 성북구 일대에서 ‘2026 성북아트위크’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성북아트위크는 현재까지 남아있는 역사문화 공간과 문화예술 공간을 활용해 7개의 특별전과 기획전, 11개의 성북 역사문화예술 공간 프로젝트, 22개 미술 기관에서 펼쳐지는 네트워크 전시 등을 선보인다.

주제는 ‘집: 이어진 숨결’로, 예술가의 생활과 창작 공간을 넘어서 성북의 역사와 삶의 흔적이 된 문화유산과 역사적 장소를 동시대 예술로 새롭게 해석한다.

이번 아트위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성북구립미술관의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다. 전시는 한국 수묵 추상화 거장 서세옥(1929∼2020)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64) 부자가 공유한 ‘집’에 주목한다. 두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서는 서세옥의 ‘남향집’, ‘동네’ 등 집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작품과 ‘천도’, ‘수선과 괴석’ 등 문인화를 선보인다. 서도호가 집 담벼락의 문양, 정원의 석조물 등 집의 부분들을 탁본한 신작도 함께 설치된다.

또한 서세옥의 ‘인간’ 연작과 서도호의 실 드로잉, 2026년 신작 ‘카르마’ 연작을 함께 소개하며 두 작가가 사유한 인간과 관계를 보여준다.

2026 성북아트위크 공간프로젝트 한양도성-정현 ‘서 있는 사람’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6 성북아트위크 공간프로젝트 한양도성-정현 ‘서 있는 사람’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변시지(1926~2013)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는 고려대학교박물관에서 열린다. 제주 태생인 그는 일본 유학 이후 성북구 돈암동에 ‘변시지 화가의 집’을 마련해 18년간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 열리는 최만린(1935∼2020)·박병욱(1939∼2010)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는 서울대학교 조소과 선후배인 두 사람의 공통 집인 ‘정릉집’에서 출발한다.

최만린은 1965∼1980년 이 집에서 생활하다 지금의 최만린미술관 쪽으로 이사했고, 박병욱이 이를 물려받아 2010년 작고 때까지 거주했다.

전시에서는 최만린이 정릉집에 거주하면서 만든 추상 조각 10점과 드로잉 작품들, 박병욱이 정릉집에서 만든 구상 조각 15점을 함께 선보인다. 정릉집 모형과 사진, 도면, 인터뷰 영상 등 아카이브도 소개하며,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형성된 과정을 볼 수 있다.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조각가 정현(70)의 ‘서 있는 사람’ 7점이 자리한다. 열차 레일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침목으로 만든 작품이다. 오랜 세월은 견뎌 온 성벽과 조각을 마주 세워 장소의 의미와 존재의 강인함을 전한다.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에선 이우성(43)의 전시 ‘노래하는 마음으로’를 선보인다. 독립을 향한 염원과 문인들의 교류가 깃든 공간에서 음악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서며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 ‘심우도’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관람객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2026 성북아트위크 공간프로젝트 심우장-이우성 ‘노래하는 마음으로’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6 성북아트위크 공간프로젝트 심우장-이우성 ‘노래하는 마음으로’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최순우옛집에서는 최순우의 영향으로 청년 시절부터 다양한 유물을 접해 온 최인수가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재료의 물성을 살린 단순한 형태의 조각은 관람객이 한옥의 구조와 여백을 바라보게 만든다.

조선 말기 문인 황윤명이 조성한 성북동 별서에서는 한성필이 2025년 화재로 일부 소실된 송석정을 스크린 위에 수묵채색화로 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명승으로 지정된 이 공간은 성북아트위크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공개된다.

1970~1980년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소였던 삼청각에선 콜라주 작업에서 디지털 콜라주, 설치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온 유나얼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적 특성을 탐구한다.

성북회화연구소 터, 승설암 터, 장승업 집터에는 이연숙이 ‘그리는 행위’를 시각화한 작품이 놓인다.

이 밖에 성북 전시 공간이 추천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성북아트페어(22~25일)와 ‘문화예술인 가옥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열리는 제2회 성북뮤지엄포럼(22일), 이정윤 전시 연계 공연 ‘다정한 틈’(24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성북아트위크의 개별 전시 기간은 각각 다르다. 여러 전시를 둘러보고 싶다면 하나의 티켓으로 20~24일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루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6 성북아트위크’ 포스터.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026 성북아트위크’ 포스터.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