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특례 규정’이 포함된 법안과 포함되지 않은 정반대의 법안을 동시에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우선 20일 고소득·연구직 노동자의 주52시간제 예외 규정(화이트 이그젬션)이 담긴 이른바 ‘메가 특구 법안’을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전략산업특구 지정·운영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을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은 초광역 특구를 조성하고,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허가 단축과 재정·금융·세제 지원 등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주52시간제 특례 규정이 포함되지 않는 법안도 별도 제출하기로 했다. ‘주52시간제 예외’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위한 초광역특구법안의 핵심 쟁점으로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개별 의원들끼리가 아니라 당 차원에서 정반대 법안을 모두 내보고 추후 결정한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례를 포함한 안과 포함하지 않는 안 이렇게 두 가지 법안을 제출한다”며 숙의와 토론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각계각층의 이해를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당 차원의 입장과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비단 초광역특구법안 뿐 아니라 모든 입법 과정에 필수다. 핑곗거리가 될 수 없다. ‘양다리 입법’ ‘간보기 입법’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여당으로서의 책임 회피이자 무능의 토로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초광역특구법안 특례 규정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자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사용자와 근로 시간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과 3대 메가프로젝트 참여 기업을 위해선 필수적인, 최소한의 장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 “주52시간제 예외를 검토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주4일제 추진과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한 것을 비롯해 노동계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노동시간 유연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해왔다. 취임 이후에도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간의 이견 조정 및 경영-노동계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주52시간제 예외 문제 해결을 추진해왔다.
초광역특구법안은 지방균형발전, 국가전략산업육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여당의 책무 중 하나라면 국익 최우선으로 단일한 법안과 입장을 갖고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민주당에서 할 일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각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협상안과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내 사회적 합의를 중재해야 한다. 갈등조정과 정책 생산 능력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여당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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