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두 달 남짓 남았다. 이맘때면 연말정산을 앞두고 연금계좌 납입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 하지만 같은 고민이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야 한다.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연금저축에 매달 조금씩 넣어 왔지만 올해 납입액은 300만원 정도다. 세액공제 한도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했다. 반면 50대 중반 B씨는 매년 900만원을 꼬박꼬박 채워 왔다.

먼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기본 전략은 연금계좌에 900만원을 채우는 것이다. 현행 세법상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합치면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율(지방소득세 포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6.5%, 초과하면 13.2%다. 900만원을 채우면 각각 148만5000원, 118만8000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납입한 금액이 대상이다.

배분은 연금저축 600만원, IRP 300만원이 합리적이다. IRP는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에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이 어렵다. 연금저축은 위험자산 투자 제한이 없고 인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운용 자율성이 높은 연금저축을 먼저 채우고, IRP는 공제 한도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300만원만 넣는 방식이다. A씨라면 연말까지 600만원을 더 넣는 것만으로 79만원 남짓을 더 돌려받을 수 있다.

여유자금이 있거나 B씨처럼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는 1800만원이다.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을 넘는 금액은 공제를 받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계좌 안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에는 인출할 때까지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일반 계좌라면 배당이나 이자가 나올 때마다 15.4%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연금계좌에서는 세금 낼 돈까지 다시 굴릴 수 있다. 둘째, 나중에 연금으로 받으면 나이에 따라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만 낸다. 셋째,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나중에 찾을 때 세금이 붙지 않는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 15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나 16.5%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 원금은 그 계산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연금저축 600만원과 IRP 300만원에 대해 동일하게 세액공제를 받고, 추가 900만원은 연금저축에 넣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 1500만원, IRP 300만원의 조합이다.

은퇴 직전 몇 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연 4% 수익률을 가정할 때 매년 900만원씩 5년간 납입하면 약 4900만원이 쌓이지만, 1800만원씩 넣으면 약 9700만원이 된다. 10년이면 각각 약 1억800만원과 2억1600만원으로 차이가 1억원을 넘는다. 은퇴가 가까울수록 남은 시간이 짧은 만큼, 한 해에 쌓는 금액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유의할 점도 있다.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 수익을 연금이 아닌 방식으로 찾으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금저축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55세 이상이면서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연말정산은 한 해 세금을 돌려받는 절차이지만, 연금계좌 납입은 노후를 준비하는 일이다. 900만원은 누구에게나 기본, 1800만원은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노후 준비를 앞당기는 가속 페달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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