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수요 감소로 ‘제2의 석탄공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던 한국조폐공사가 실적 개선과 경영혁신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감소세를 보이던 매출은 2023년 4447억원에서 2025년 6395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10억원에서 18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정부 경영평가도 2023년 B·C 등급에서 2024년 B·B를 거쳐 2025년 A등급을 달성했다.
공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조폐가 산업이다’라는 아젠다를 설정하고 과감한 사업 전환을 추진했다. 디지털 전환이 불러온 위기를 디지털 흐름에 올라타 해결하고자 했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등 모바일 상품권 사업에 역점을 두고,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조폐기관’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기념주화·기념메달 등 문화사업과 화폐용 면펄프·특수잉크 등 수출사업도 확대했다. 실물화폐를 생산하는 제조 공기업에서 ICT·문화·수출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러한 경영혁신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올바른 방향성과 일관된 추진, 과감한 투자, 직원에 대한 믿음이다.
공사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미래전략실 신설 이후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추진했다.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글로벌 대기업 출신 인사를 이사로 영입했으며, 자체 데이터센터도 구축했다. 온누리상품권 통합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정부 발주 전부터 선제 투자와 인력 배치를 단행해 경쟁입찰에서 최종 선정됐고, 현재 가입자 1,800여만 명의 국민 앱으로 발전시켰다.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의 데이터 이관 지연과 개통 당일 시스템 다운 등 난관도 있었지만, CEO로서 직원들을 믿고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뒷받침했다.
다음은 발상의 전환이다. 제조 과정에서 폐기되던 연간 100여 톤의 지폐 부산물은 ‘화폐굿즈’로 재탄생했다. 장기간 방치된 지하벙커는 국가보안시설이라는 특성에 착안해 국가 미술품 수장고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었다. 자산의 가치는 처음 정해진 용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업무와 시설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공공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와 인사 혁신이다. 사업 방향만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둔다면 혁신은 지속되기 어렵다. 공사는 전 간부에 대한 다면평가를 도입해 결과를 투명하게 피드백하고 개선을 유도했다. 부족한 역량은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보완하고 성과에 따른 특별승진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직원들이 실패를 감추기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점을 제안하는 열린 조직도 만들고자 했다. 리더의 역할은 모든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두려움 없이 도전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있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경쟁이 아니다. 국민이 맡겨준 자산과 역량을 가치 있게 활용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기관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기존 사업의 당위성을 근본부터 되묻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실행을 꾸준히 쌓아가는 혁신은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이 ‘어제의 역할’을 넘어 ‘내일의 가치’를 힘차게 창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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