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 중간 마디에 온도 자극, 손끝에서 차갑고 뜨거운 감각 구현
- 가상현실서 얼음·철판·모래 등 9종 촉감 재현, VR 몰입감 향상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손끝에 직접 열을 가하지 않고도 뜨거운 철판을 만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AI학과 박건혁 교수 연구팀이 손끝에 직접 온도 자극을 가하지 않고도 가상 물체의 온도와 표면 질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촉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VR 촉각 장치는 주로 진동이나 마찰을 이용해 물체 표면의 거칠기를 표현했다. 여기에 차갑거나 뜨거운 감각까지 구현하려면 피부에 닿는 장치를 직접 가열하거나 냉각해야 해 구조와 제어가 복잡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피부의 한 부위에 가한 온도 자극이 다른 부위에서도 느껴지는 ‘온도 전이 현상’에 주목했다.
검지 중간 마디에는 온도 자극을 가하고, 손끝에는 다양한 재질의 원판을 회전시켜 표면을 문지르는 듯한 촉감을 전달하는 장치를 제작했다. 손끝을 직접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도 온도와 질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이 참가자 1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검지 중간 마디에 40도의 온도 자극을 가했을 때 손끝에서도 열감을 느낄 확률은 86%로 추정됐다.
온도는 표면의 거칠기를 인식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섬유 소재를 만지더라도 24도보다 36도 또는 40도의 온도 자극을 가했을 때 더 거칠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가상 표면을 탐색할 때는 차가운 감각의 전달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별도의 참가자 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24도의 온도 자극에 따른 손끝의 냉감 발생 확률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을 때 51%였지만, 손가락을 움직이며 표면을 탐색했을 때는 86%로 높아졌다. 반면 40도의 열감 발생 확률은 각각 86%, 79%로 움직임에 따른 증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얼음과 가열된 철판, 모래 등 온도와 질감이 다른 9종의 가상 표면을 구현해 VR 활용 가능성도 평가했다.
참가자들의 평가 결과 현실감은 100점 만점에 평균 약 72~78점, 흥미도는 68~73점, 몰입도는 69~76점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향후 VR 게임과 실감형 콘텐츠, 원격 촉각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온도 변화에 걸리는 시간과 장치 크기, 매끄러운 표면의 촉감 표현 등은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
박건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온의 표면 질감 구현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연구에서 나아가 질감과 온도를 함께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양한 온도와 질감을 지닌 가상 물체를 실제처럼 느끼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VR·촉각 인터페이스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EEE 트랜잭션스 온 햅틱스(IEEE Transactions on Haptics)’ 제19권 제3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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