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제주서 AI 정책토론회 개최
“제조데이터 연결해 AI 팩토리 구축해야”
중소기업 제조 노하우 데이터 자산화 강조
김기문 “협동조합 중심으로 AI 확산해야”
[헤럴드경제(제주)=부애리 기자] 박영선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형 데이터 표준인 ‘K-온톨로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피지컬 AI와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위원장은 21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6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에서 ‘AI의 2막, 중소기업의 미래를 바꾸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박영선 “AI 도입 넘어 업무·제조 현장 혁신해야”
박 위원장은 AI 기술이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를 거쳐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였다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인식해 로봇과 기계의 행동까지 제어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도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견적서 작성이나 고객 문의 대응 등 반복 업무부터 AI를 적용하고, 주문 접수부터 재고 확인과 생산 일정 검토, 납기 제시까지 업무 흐름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AI 활용을 위한 핵심 과제로 데이터의 표준화와 연결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국가·산업 데이터를 연결하는 K-온톨로지 표준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연결된 제조데이터를 기반으로 피지컬 AI를 단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온톨로지는 흩어져 있는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AI가 데이터를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각각의 정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데이터 연결 지도’다.
예를 들어 제조공장에서 생산설비의 온도와 가동시간, 제품 불량률 등의 데이터를 연결하면 AI가 어떤 설비에서, 어떤 조건일 때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는지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경험과 노하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박 위원장이 제안한 ‘K-온톨로지’는 이 같은 데이터 연결 체계를 한국 산업 환경에 맞게 표준화하자는 구상이다. 기업마다 제각각 관리하는 데이터를 공통 기준으로 연결해 산업 전반의 AI 활용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 국방·제조·의료 분야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해 초기 성공 사례를 확보하고, 전문인력양성과 컨소시엄 구성, K-온톨로지 플랫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조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공장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지능을 만들어내는 ‘AI 팩토리’를 새로운 생산 기반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AI 지능을 만들어내는 공장 등 두 개의 공장을 갖춰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공장이 제품을 만든다면 두 번째 공장인 AI 팩토리는 제품과 생산 과정에 지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 간 경쟁에서도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AI 전환, 협동조합 중심 공동혁신 제안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기업이 피지컬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데이터를 자산화하고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김준하 GIST AI정책전략대학원장은 ‘피지컬 AI의 비전과 중소기업 데이터 자산화 방안’ 발표에서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제조 현장에 쌓인 공정 데이터와 숙련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협동조합은 공통 기준과 공동 실증 기반을 마련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의 AI 도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비용 부담과 실패 위험을 꼽았다.
조 원장은 “중소기업의 AI 도입이 더딘 것은 비용과 실패 위험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데이터·실증시설 등 공통 기반은 함께 활용하고 각 기업의 경쟁력은 지키는 공동혁신 모델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위한 공동 인프라 구축과 정부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병준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위해 경영자가 현장에서 해결할 문제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프라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공동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용환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 중소기업이 제조데이터와 현장 문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AI 전문 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연구개발(R&D)과 실증사업에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실제 공장에서 장기간 기술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민석 메가존 부사장은 “로봇이나 설루션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피지컬 AI가 제조현장에 정착하기 어렵다”라며 데이터 준비부터 현장 적용, 유지보수까지 지원하는 지역·업종별 공동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조피지컬AI연구소장은 공장 전체를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제조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규모 실증을 통해 검증된 AI 모델을 업종별로 확산하는 ‘모두의 AI공장장’ 모델을 제안했다.
정부에서는 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과 송창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바이스AX혁신팀장이 참석해 중소기업 피지컬 AI 확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박 위원장에게 중소기업의 AI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장 애로와 정책 수요를 담은 ‘중소기업 AI 대전환,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과제’를 전달했다.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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