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체, 월 1회 유급휴무 도입에도 생산시간 50→46시간 단축
IT업체는 주 35시간제 전환…보고서 작성시간 8→2시간 줄여
노사발전재단, 워라밸+4.5 우수사례 공유…올해 347개 기업 참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기업 사례가 나왔다.
주 4.5일제 형태의 유급휴무를 도입한 제조업체는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8% 줄였고, 주 35시간제로 전환한 정보통신업체는 업무 자동화를 통해 보고서 작성시간을 75% 단축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일하는 방식의 개선과 기술혁신을 병행하면 노동시간과 생산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사발전재단은 21일 부산 사상구 영창에코에서 ‘워라밸+4.5 프로젝트’ 제3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노동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함께 달성한 부산 지역 기업 2곳의 사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워라밸+4.5 프로젝트는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 감소 없이 주 4.5일제 등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전국 34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출범한 ‘민관 합동 생산성 향상 지원단’의 생산성 향상 캠페인 일환으로 마련됐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높인 사례를 다른 지역과 업종으로 확산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영창에코는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신발 인솔(깔창)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다. 근로자 31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성수기에 집중되는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숙련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워라밸+4.5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창에코는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유급휴무일로 지정해 전 직원의 노동시간을 주 평균 2시간 줄였다. 공장 설비 예열 등 제조업 특성을 고려해 매일 근무시간을 조금씩 줄이는 대신 월 1회 유급휴무를 선택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병목공정에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인력을 배치하고,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했다. 주문별 생산계획을 사전에 검토해 금형 교체 횟수를 줄이고 재고관리 체계도 일원화했다.
그 결과 인솔 1만족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50시간에서 46시간으로 4시간 줄었다. 생산 소요시간이 8% 감소한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인 셈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정보통신업체 디아이앤씨도 노동시간 단축과 업무효율 개선을 동시에 추진했다.
IT 인프라 유지보수업체인 디아이앤씨는 야간 작업과 긴급 장애 대응 등으로 연장·휴일근로가 잦아 핵심 인력 유출과 청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전체 근로자 58명 가운데 4개 부서 33명을 대상으로 기존 주 40시간 근무를 주 35시간으로 줄였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루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고 점심 휴게시간도 15분 확대했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과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신규 인력 3명도 충원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월간 보고서 증빙자료 작성시간이 건당 8시간에서 2시간으로 75% 줄었다. 결재에 걸리는 시간도 평균 2.5일에서 0.5일로 단축됐다. 노동시간을 줄인 이후에도 기존 유지보수 서비스 수준은 유지했다.
노사발전재단은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 인력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운영위원회에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동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참석해 기업별 시행착오와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우수사례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부산의 두 기업 사례는 일하는 방식과 기술혁신이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자 삶의 질을 함께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많은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에 동참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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