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서 “지분 2.5%·성공보수 440만 달러 현지 관료용 뇌물” 증언
석유공사 이사회 문서에도 중개인 몫이 “정부가 원하는 인센티브”
최수진 의원 “부패 항변 인정 시 청구 전면 기각 위험”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석유공사가 나이지리아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수천억원대 국제투자중재(ICSID)에서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물어낼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사가 광권 확보 과정에서 현지 중개인에게 약속한 ‘운영참여 지분 2.5%’와 ‘성공보수 440만 달러’에 대해 나이지리아가 이를 자국 관료를 겨냥한 불법 로비와 뇌물로 규정하며 정면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패 항변이 인정될 경우, 청구 자체가 전면 기각되고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국민 혈세로 떠안을 치명적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나이지리아 ICSID 국제중재 출장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본심리 과정에서 나이지리아는 석유공사가 현지 중개인에게 지급한 운영참여 지분 2.5%와 성공보수 440만 달러가‘현지 정부 관료들을 향한 뇌물’이었다고 집중 추궁했다.
그동안 석유공사는 나이지리아 광권 취소의 본질을 상대국의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신정부 계약 파기로 규정해 왔다. 공사는 2억 3100만 달러에 달하는 서명보너스 감면도 발전소 및 가스관 건설 등 하류(SOC) 사업 투자를 조건으로 나이지리아 정부와 공식 합의한 정당한 절차였으며, 중개인에게 지급한 보수 또한 해외 컨설팅에 따른 정당한 대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세계은행 산하 ICSID 국제중재 심리 과정에서 나이지리아 측은 석유공사의 기존 해명을 반박하며 계약 자체의 원천 무효를 다투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중개인 보수(지분 2.5% 및 성공보수 440만 달러)를 사실상 자국 관료를 겨냥한 뇌물로 주장하고 있다. 또 ‘이면서한(사이드레터)’으로 은밀히 처리되고 작성 날짜마저 납부 마감일 이전으로 소급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공사가 할인 대가로 성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해 온 하류사업도 2009년 1월 이행의무 해제 합의를 통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공사의 내부 이사회 문서에 중개인 지분이 ‘정부가 원하는 인센티브’로 적시되어 있던 사실과 함께 감독기관인 감사원 보고에서 해당 내역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까지 확인됐다고 최 의원은 주장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문제는 이 같은 나이지리아 측의 ‘뇌물 공세’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석유공사의 내부 문서와 증인 진술을 통해 대거 확인됐다는 점이다. 석유공사 이사회 승인 품의서에 중개인 지분이 ‘나이지리아 정부가 원하는 인센티브’로 적혀 있었다고 최 의원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사 증인은 “의역된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국제투자분쟁(ICSID) 판례상 투자 획득 과정에서 뇌물이나 부패가 입증될 경우, 본안 심리 결과와 상관없이 투자자의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전면 각하·기각되는 ‘부패 항변’, 원칙이 적용된다.
만약 중재판정부가 공사 내부 문서 등의 정황 증거를 근거로 부패 항변을 받아들일 경우, 석유공사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함은 물론 대형 로펌 비용 및 나이지리아 측 소송비용까지 전액 떠안게 된다.
최수진 의원은 “그동안 나이지리아 사업 실패를 상대국 정권 교체 탓으로 돌려왔으나, 정작 국제중재에서는 공사가 중개인에게 건넨 2.5% 지분과 성공보수 440만 달러가 관료용 뇌물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공사의 이사회 문서와 감사원 보고 누락이 상대방의 핵심 공격 무기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개인 지분을 ‘인센티브’로 명시하고 감사원 보고에서 누락한 것은 명백한 내부통제 실패이자 비위 은폐 시도”라며 “부패 항변이 받아들여질 경우 수천억 원대의 혈세 낭비가 우려되는 만큼, 공사는 중재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당시 이사회 품의서 작성 및 감사원 누락 경위, 소송비용 누계액을 국회에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ICSID 중재 사건은 올해 4월 양측의 최종 서면 및 비용청구서 제출이 완료됨에 따라 재판부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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