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의 가업승계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업계 의견을 모아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의 가업승계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업계 의견을 모아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

중기중앙회, 재정부 ‘가업상속’ 세제 개편안 ‘현행유지’ 의견 제출

“30년 경영 현실에 맞지 않아”…대상 업종 축소에도 반대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심사제 도입’은 과세 예측가능성 저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의 가업승계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업계 의견을 모아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받는 30년(현 10년)으로 늘리는 등 지원 기준을 엄격하게 하자, 중소기업계가 가업승계 위축을 우려하며 현행 제도 유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국회 문진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기중앙회의 ‘2026 가업승계 세제 개편안 관련 중소기업계 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가업승계 지원세제의 요건과 대상 업종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정경제부에 전달했다. 중기중앙회는 경영기간 요건 강화와 심사위원회 신설, 공제 대상 업종 축소 등이 중소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다.

정부는 지난 9월 3일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바꾸고, 상속인의 사전 종사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사후관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며 연내 처리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중기중앙회는 경영기간을 30년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의견서에 썼다. 중기중앙회가 제시한 2023년 중소기업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 829만8915개 가운데 업력 25년 이하 기업은 약 783만개로 전체의 94.4%에 달한다. 중기중앙회는 “경영기간 요건이 강화되면 상당수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세제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균적인 창업 연령을 보더라도 이번 개편안은 현실성이 낮다고 봤다. 연령별 창업기업 분포(중기부 조사)를 보면 20대 이하 7.1%, 30대가 20.5%, 40대가 27.4%, 50대가 25.2%, 60대이상이 19.4%다. 창업 대표자의 40대 이상 비율이 71.8%인데 30년 이상 계속 기업을 경영했을 때 가업상속 혜택이 주어진다면 ‘창업 상속’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중기중앙회측의 설명이다. 중기중앙회는 “일본·독일도 경영 기간 요건이 없는데, 산업화 역사가 60년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30년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도 논란이다. 정부 개편안은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을 ‘가업’으로 정의하고, 민관 심사위원회가 개별 기업의 공제 적용 적격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법령에 정해진 업종과 경영기간 등 요건을 충족하면 공제를 신청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중기중앙회는 이를 ‘업종 요건+개별 심사’라는 이중허들로 규정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는 특허권뿐 아니라 영업력, 생산·시공 경험, 위기 대응 능력 등 다양한 형태로 축적되는 만큼 이를 객관적인 지표로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 결과에 따라 공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면 상속세 부담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국회에서도 심사위원회 도입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난 9월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의에서 이정은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심사제 적용·도입으로 과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제 적용 여부에 대한 별도 심사가 도입될 경우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세금을 미리 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다.

공제 대상 업종 축소도 중소기업계가 반대하는 대목이다. 정부 개편안에는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기중앙회는 “유사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보유했더라도 업종 분류에 따라 공제 여부가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는 전문직별 공사업 가운데 건물설비 설치 공사업은 대상에 포함되지만 기반조성 및 시설물 축조 관련 전문공사업, 전기 및 통신 공사업 등은 제외되는 사례를 제시했다. 서적 출판업은 포함하면서 신문·잡지 및 정기간행물 출판업은 제외하는 등 동일 대분류 내 유사 업종 사이에서도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는 “가업승계는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일인데 제도의 요건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은 제도의 지속성과 예측성을 훼손한다”면서 공제 대상 업종울 현행대로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해당 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될 경우 관련 법은 내년 7월 1일 이후 상속 사례부터 적용된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아들과 딸 등 친족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가업승계’ 제도 확대 대신, 회사를 제 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의 ‘기업승계’를 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중이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