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낮추는 데 있지 않다.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고, 동반 질환을 관리하며, 감량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비만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낮추는 데 있지 않다.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고, 동반 질환을 관리하며, 감량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태열 의학전문기자] “살 좀 빼야 하는데.” 체중이 늘었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비만을 외모나 자기관리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비만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과도한 체지방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지방간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비만을 진단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월 국제 전문가 위원회는 의학학술지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를 통해 체질량지수(BMI)만으로 비만을 판단하기보다 체지방이 실제 장기 기능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비만을 ‘임상적 비만’과 ‘전임상적 비만’으로 구분했다. 임상적 비만은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장기나 조직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일상생활 수행에 상당한 제한이 나타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전임상적 비만은 이러한 기능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상태로, 개인별 위험도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비만을 체중 수치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비만은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남성에서 비만이 두드러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비만 인구의 증가는 단순히 체중이 증가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를 넘어, 비만과 관련된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경로는 내장지방의 증가와 대사 기능의 변화다.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혈당과 혈압, 혈중 지질 수치에 영향을 미쳐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간과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비만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의 주요 위험요인 중 하나로, 일부 환자에서는 지방간염과 간섬유화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등 여러 위험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이 밖에도 과도한 체지방은 대장암과 폐경 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일부 암의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나 무릎 골관절염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비만을 평가할 때는 체중과 BMI뿐 아니라 혈당, 혈압, 지질 수치, 간 기능, 수면 상태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한다.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중은 음식 섭취량과 신체활동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수면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체중을 감량하면 에너지 소비와 식욕을 조절하는 생리적 반응이 나타나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을 지속하더라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신체활동, 수면 및 생활습관 관리다. 일반적으로 초기 체중의 5~10%를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혈당과 혈압, 대사 건강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거나 비만 관련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등 식욕과 포만감 조절에 작용하는 약물이 비만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는 일부 용량과 대상군에서 상당한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됐으며, 특정 약물은 정해진 환자군에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추가적인 임상적 이점도 보고됐다. 다만 치료 효과와 부작용, 사용 기준은 약물과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의의 평가를 바탕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도비만이거나 비만 관련 합병증이 심한 경우에는 비만대사수술도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약물이나 수술 가운데 특정 방법을 우선하기보다 비만의 정도와 동반 질환, 기존 치료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다만 같은 BMI라도 체지방 분포와 대사 상태, 동반 질환에 따라 건강 위험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비만과 함께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질환 등이 확인됐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합병증 여부를 평가하고 필요한 치료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낮추는 데 있지 않다.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고, 동반 질환을 관리하며, 감량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체중과 체질량지수뿐 아니라 대사 건강과 동반 질환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배지훈 명진단영상의학과내과 부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비만은 체중 감량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을 함께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지훈 명진단영상의학과내과 부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비만은 체중 감량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을 함께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지훈 명진단영상의학과내과 부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거나 운동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호르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라며 “체중 감량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을 함께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