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42.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약 20만5000개 기업이 사실상 헛장사한 셈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K자형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6%에서 5.2%로 상승했고, 제조업도 5.1%에서 6.3%로 개선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전자·영상·통신 장비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8.3%에서 14.0%로 뛰었고, 조선·기타운수 부문도 6.4%에서 11.6%로 높아졌다. 하지만 대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5.6%에서 6.7%로 오른 사이 중소기업은 3.0%에서 2.8%로 오히려 떨어졌다. 반도체와 조선 등 주력 업종과 대기업은 날았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이다.
기업들의 외형 성장세가 둔화한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 3.7%에서 2.4%로 낮아졌고, 본업에서 적자를 낸 기업의 비중도 33.9%에서 34.4%로 높아졌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은 14.2%, 조선·기타운수는 13.1%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3%에 그쳤다.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일부 주력 업종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는 성장이 미미하다.
한계기업의 증가는 우리 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의 상장사와 비교한 결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미국(3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증가 폭 역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컸다. 2017년 11.8%였던 한계기업 비중이 15.8%포인트나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9.5%포인트, 프랑스 5.5%포인트, 일본이 1.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스스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도 체질 개선을 도와야 한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 시장 개척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회생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은 선별적으로 정리해 자금과 인력이 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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