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세차익 노렸다” 징역·벌금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선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선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

개발사업 부지 인근 농지를 약 12억원에 사들이면서 농사를 지을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부부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들 부부가 실제 농사를 지을 의사 없이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공무원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현직 공무원인 50대 여성 B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농지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부부 사이인 A씨와 B씨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2018년 6월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 일대에서 추진되던 개발사업 부지 인근 농지 2필지(약 500평)를 11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세금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12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들은 농지 매입을 위해 6억8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기존 주거지의 임대차보증금을 줄여 마련한 2억원도 매수자금에 보탰다.

이들은 2018년 7월 실제 농사를 지을 의사가 없으면서도 구리시청에 농지취득 목적을 ‘농업경영’, 재배 예정 작물을 ‘파·버섯’, 노동력 확보 방안을 ‘자기노동력’으로 기재한 허위 서류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기도청 공무원이던 B씨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자신의 직업을 ‘주부’라고 허위 기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A씨에 대한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면서 실제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미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같은 해 4월 자신의 형으로부터 버섯 설치비 250만원을 요청받자 돈을 송금한 뒤 “250만 원 입금했습니다. 오늘 담당자 점검한다는데 혹시라도 부족한 부분 있으면 보완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6월에는 형으로부터 “2019년 8월 16일 표고버섯 500목을 구입해 2020년 말까지 버섯 농사한 것으로 해”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A씨는 같은 해 7월 15일에야 형으로부터 버섯나무를 설치한 사람의 연락처를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8월 1심은 부부 모두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경의사 없이 이 사건 농지를 소유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서 위법행위를 했음에도 아직까지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2심은 지난 4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부부가 감찰 이후 제출한 영농 관련 자료에 대해 “처벌을 회피하거나 감찰 등 수사를 무마하기 위하여 적당히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한 정황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B씨가 직업을 ‘주부’라고 허위기재한 것에 대해선 “자신의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사실대로 기재할 경우 심사과정에서 스스로의 노동력 확보에 의한 농업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자칫 허가가 용이하지 않거나 적어도 추가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B씨의 형량을 낮춘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제안이나 범행동기도 B씨보다는 남편인 A씨로부터 유래되거나 강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