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개발 ‘기와’ 사칭 가짜 네트워크서 가상자산 탈취
RPC·체인ID·브릿지까지 유사 제작…“DEX 거래 피해 복구 어려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유명 가상자산 사업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본떠 만든 ‘가짜 체인’을 통해 투자자의 가상자산을 빼돌리는 신종 사기가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온체인 거래 특성상 자산이 한번 빠져나가면 되찾기 어려운 만큼 공식 출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최근 확인된 사례에서는 사기조직이 두나무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별도의 가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메인넷 기습 오픈’ 등의 허위 정보를 퍼뜨려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사기조직은 단순히 이름만 도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블록체인과 비슷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블록체인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원격절차호출(RPC) 주소와 체인 ID,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가상자산을 옮기는 브릿지 등을 실제 네트워크와 유사하게 꾸몄다.
두나무가 개발 중인 기와의 공식 네트워크 체인 ID는 ‘91342’인 반면 가짜 네트워크는 ‘9134’를 사용했다. 당시 기와 공식 네트워크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도 가짜 네트워크가 실제 네트워크처럼 지원됐다는 점이다. DEX인 디와이스왑(DYOR Swap)이 해당 네트워크를 정상 체인으로 인식해 지원하면서 이용자들이 가짜 브릿지로 이더리움을 입금했다.
사기조직은 이후 브릿지로 들어온 가상자산을 한꺼번에 외부로 빼돌렸다. 온체인 기반 사기는 자금 이동부터 탈취까지 불과 수분에서 수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고 중앙에서 거래를 취소하거나 자산을 회수해줄 주체도 없어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네트워크의 메인넷을 지원한다며 등장한 브릿지나 스마트 컨트랙트는 사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했다는 정보를 접하면 개발사 공식 홈페이지나 공식 계정을 통해 사실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기습 출시’나 ‘에어드랍’, ‘사전참여 이벤트’ 등 개발사의 공식 계정에서 확인되지 않는 홍보 문구를 앞세워 자산 전송을 유도하는 경우 사기나 피싱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DEX 이용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DEX는 거래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일 뿐 자산과 거래를 직접 통제하는 중앙화된 운영 주체가 없다. 사기로 가상자산을 잘못 전송하더라도 거래를 되돌리거나 피해를 구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금감원은 앞으로 신규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가상자산사업자 등에 개발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와체인을 사칭한 가짜 메인넷 사례와 관련해 온체인 사기는 짧은 시간 안에 자금이 이동하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사기로 반나절 만에 28억원이 이체됐다며 블록체인 포렌식 전담인력 확보와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감독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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