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반영한 3년 평균 방식 대안 제시

호황기 세수로 AI·첨단산업 투자 확대

국회 재정통제·신속한 집행 균형 과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적립액이 현행 산정 방식대로라면 2028년 약 100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단일 연도 세수 실적 대신 경제성장률을 반영한 3년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공동 주최한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서 김현아 조세연 재정연구본부장은 이 같은 내용의 기조 발제에 나섰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

김 본부장은 미래대응기금이 경기 호황기에 발생한 추가 세수를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에 활용하면서 세입 변동에 따른 재정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마련한 적립 기준으로는 기금 재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현행 산식을 적용한 미래대응기금의 추가세수 규모는 2027년 162조3000억원에서 2028년 61조7000억원으로 100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추세치를 산출할 때 재작년 한 해의 내국세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세수 호황이 지속되면 높아진 세수 실적이 이듬해 추세치 산정에 반영되면서 기금에 적립할 수 있는 추가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안은 내국세 세입예산이 내국세 추세치를 웃돌 경우 초과분을 기금에 쌓도록 설계됐다. 추세치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결산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활용해 산출한다.

김 본부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보정한 3년 평균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해당 방식을 적용하면 2028년 적립액은 110조원대로 추산돼 기존 산식보다 50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본부장은 미래대응기금이 호황기에 확보한 세수를 인공지능(AI)과 첨단전략산업, 인재 육성에 재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새로운 민생 수요와 양극화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적자국채 발행을 억제하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변동 폭을 줄이는 재정 안정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른 재정적 편익이 연간 1조2000억~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금 도입 이후 여유재원을 운용하고 국채 발행을 축소하는 상황을 도입 이전과 비교한 결과로, 자금 운용수익률은 3.5~3.85%를 전제로 했다.

김 원장은 미래대응기금이 단년도 세입 여건에 크게 좌우되는 이른바 ‘천수답’ 재정에서 벗어나 중기적 관점의 안정적인 재정 운용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내국세가 추세치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기금 적립금으로 충당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급격한 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각 도입 65년, 55년 만에 안정적인 지출 추세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의결된 세출의 안정적인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미권의 ‘차입 상시 수권’과 유사한 한국형 재정 운용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기금 운용의 신속성을 확보하되 국회의 통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이 재정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반회계 전출 한도 설정 등 예산총계주의 예외를 허용하기 위한 사전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수 전망과 기금 운용계획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전 통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금 전출이나 운용계획 변경 내용을 국회에 신속히 보고하고 운용 성과를 다음 연도 계획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등 사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려면 AI 전환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AI 산업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력·용수 등 공공 인프라를 포함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는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 우석진 명지대 교수, 최한수 경북대 교수, 한재준 인하대 교수, 한종석 동국대 교수, 박성훈 기획처 미래대응기금 추진단장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추가로 확보한 대규모 세수를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국채를 단기간에 대거 상환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중기 재정운용계획에 추가세수 추계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이를 중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이번 반도체 호황으로 증가한 세수를 단년도 소모성 지출로 흘려보내지 않고 ‘미래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 안정화 장치로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했다”며 “제정제도에 있어 획기적인 혁신인 만큼 보다 정교하고 투명하게 설계·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과 중앙, 국회와 정부, 현재와 미래세대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의 미래대응기금’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