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최근 코스피가 5500선까지 밀려난 가운데 내년에는 최대 93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2027년 주식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했다. 예상 등락 범위는 6000~9300선이다.
하장권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하락에 대해 기업 실적보다 주가가 먼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코스피 6000선 아래에서는 매수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코스피는 지난 13일과 15일 급락하며 한때 5500선까지 내려왔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같은 괴리가 향후 증시 반등의 근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인데 주가 급락…PER 4배까지 하락
한화투자증권이 주목한 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낸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예상 ROE는 25.5%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PBR은 1.08배에 머물렀다. 2005~2023년 국내 증시에서 관찰된 ROE와 PBR의 관계를 적용하면 약 2배의 PBR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익성이지만 실제 주가는 그 절반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도 4배대로 떨어졌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 반영된 ROE가 약 1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12개월 확정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ROE 약 16%, 향후 12개월 예상치인 약 26%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해외 주요국 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한국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ROE는 약 12년 만에 대만을 넘어섰다. 수익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업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면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말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예상 ROE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지난 3월 18.2%에서 최근 22.7%로 높아졌다. 향후 기업 수익성에 대한 기대 수준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통계도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2005년 이후 시장이 주가에 반영한 ROE가 실제 기업들의 최근 12개월 ROE보다 낮았던 시기를 분석한 결과, 해당 구간에서 코스피의 1년 뒤 평균 수익률은 28%였다. 지수가 상승한 비율은 84%에 달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앞으로 기업들이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가 주가 재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내년 상반기 숨 고르기 후 재상승…고금리 부담 제한적 전망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코스피가 7600선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1분기 목표치는 7700, 2분기는 7550으로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둔화하겠지만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순자산 증가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상승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3분기 목표치는 7900, 4분기는 8500이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더라도 증시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4.25%로 인상한 이후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내년 4.80~5.6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와 증시 밸류에이션의 과거 관계를 근거로 금리 상승이 항상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985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향후 12개월 PER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국채금리가 6%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금리와 밸류에이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금리가 6%를 웃도는 구간에서는 금리 상승이 주가 평가 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도 주목했다.
한화투자증권은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고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고금리 환경에서도 금융시장이 추가 긴축을 우려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한화투자증권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조정을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기회로 평가했다.
연말까지 반도체·IT 주목…내년 2분기부터 은행·철강 등 확대
증시 상승을 이끌 업종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와 IT하드웨어를 주요 투자 유망 업종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메모리 가격 협상이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10월 말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연말 장기공급계약,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 등이 업종 전반의 주가 재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내년 2분기부터는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은행과 철강, 운송, 유틸리티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 1350원에서 4분기 127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가치주와 경기민감 업종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를 반등 가능성을 살펴볼 시점으로 제시했다.
금리 인하 자체보다 앞선 금리 인상으로 발생한 유동성 위축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과정이 코스닥 시장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기업 실적과 연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총주주환원율은 31.1%로 일본(65.0%)과 대만(56.8%)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위해서는 기업 이익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향후 ROE의 최고 수준보다 수익성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얼마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코스피 목표치 8500은 기업들의 높아진 수익성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익 성장세가 유지되고 시장의 평가가 정상화되면 코스피가 예상 범위 상단인 93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ainb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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