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2026 페이먼트 인사이트 세미나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장 발표
비자·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 블록체인 활용 확대
“예금·대출·외환·지급결제 등 은행 본연 역할 지속”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이 금융시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시간 송금 및 환전 등 기존 금융망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역량이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결제원 주관으로 열린 ‘2026 페이먼트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김병희 신한은행 디지털자산셀(Cell)장은 “인공지능(AI)은 가치 창출을, 디지털자산은 가치 이동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두 기술로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시간차가 줄어들면서 가치 순환이 빨라지는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셀장은 디지털자산의 확산으로 은행의 지급결제와 송금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이 100만달러를 해외로 보낼 때 지금은 사람이 은행과 환율, 수수료, 송금 시간을 하나씩 비교해 결정한다”며 “앞으로는 거래 조건에 따라 적합한 돈과 경로가 자동으로 선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자금 이동이 확대되고 있다.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규모는 최근 연 환산 2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1년 전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JP모건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 또한 누적 거래 규모가 4조달러를 넘어섰으며 하루 평균 약 70억달러를 처리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토큰화 기술의 활용이 늘고 있다. 미국 브로드리지는 블록체인 기반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김 셀장은 “브로드리지의 토큰화 레포 플랫폼에서는 하루 평균 3510억달러 규모가 거래되고, 올해 8월 한달에만 7조5000억달러의 거래가 처리됐다”며 “디지털자산이 토큰을 발행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돈과 자산을 움직이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의 자금관리 사례도 들었다. 글로벌 기업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통화와 계좌를 관리하다 보니 한 지역에는 자금이 남고 다른 지역에는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셀장은 “글로벌 기업은 계좌와 캐시풀(Cash Pool)이 늘어날수록 자금 관리 부담도 커진다”며 “지멘스는 2021년부터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금이 자동으로 이동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고 그 결과 예금계좌와 캐시풀을 50% 이상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금을 몇 초 더 빠르게 했다는 것보다 돈을 관리하는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 금융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곳에 새로운 결제 경로를 하나 더 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김 셀장은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에 안착하려면 서로 다른 형태의 돈이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화폐의 단일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하더라도 고객이 이용하는 돈의 가치는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 셀장은 “예금 1원과 예금토큰 1원, 원화 스테이블코인 1원도 고객에게 똑같은 1원의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금융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새로운 돈을 만드는 것보다 서로 다른 형태의 돈을 같은 신뢰 안에서 연결하는 일일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자산의 확산으로 미래 전통금융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셀장은 “은행의 예금, 대출, 외환, 지급결제라는 네 가지 근본적인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자산이 들어오면 그 역할이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 고객에게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나왔으니 이용해 달라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에는 제공하기 어려웠던 24시간 송금과 최적화된 환전·송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했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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