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가격 상승세 둔화 가능성도
전문가 “반도체외 업종 정책지원 늘려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은행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깜짝 성장했다. 하지만 반도체에 대한 의존이 크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8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0.3%)의 세 배를 웃돌았다.
이번에도 반도체의 기여가 컸다. 지출 항목별로는 수입이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2.3% 늘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주력 업종인 제조업은 전 분기 1.4%에 이어 3분기에도 2% 성장했다.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기계·장비 등의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속보치에서 반도체 부분을 발라내기는 어렵지만 반도체를 포함해 컴퓨터, 전자, 광학기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 기여율은 60% 정도”라며 “반도체 성장 기여율은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GDP를 이루는 또 다른 항목인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민간소비가 감소한 건 2022년 4분기 이후 4년여 만이다. 주식시장 조정 영향으로 금융 서비스가 감사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 전면 파업으로 인도가 지연되면서 소비가 줄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2.3%)와 건설투자(0.7%), 정부소비(1.9%)는 모두 늘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반도체 쏠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하는 AI 투자 회의론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을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I 투자 회의론은 막대한 자금이 AI 산업에 투입되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를 뜻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답변서를 통해 반도체 AI 투자 회의론에 따른 ‘비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답변서에서 한은은 “AI 투자가 둔화하는 비관 시나리오 아래서 반도체 수출 물량이 500억~1000억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도 한은은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인 ‘가격 리스크’를 언급했다. 이 국장은 “내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효과가 나오는 만큼 올해보다는 물량 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가격은 상승하겠지만 올해만큼은 아니고, 둔화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25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국제통화기금(IMF) 주요국 경상수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경상 흑자는 1166억3000만 달러로, 주요 36개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컸다. 사실상 반도체 가격 상승 현상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심리 역시 이러한 우려감을 반영해 하락 중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취업기회전망CSI는 반도체 경기 둔화 가능성과 AI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등으로 2포인트 내린 86을 기록했다. 임금수준전망CSI도 2포인트 떨어진 122로 나타났다.
경제계에선 ‘반도체의 온기’를 산업 전반에 확산할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반도체 편중을 극복하지 못하면 2030년 이후 역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특수라고 하지만 고용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볼 땐 생각보다 낙수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는 반도체 이외의 분야의 현황부터 파악하고, 뒤쳐지는 분야에 정책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혁·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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