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반발 속 사회적대화에 실낱 희망

처리 속도 놓고 여권내 목소리도 엇갈려

정부, 시행령 개정 통한 대안카드 만지작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법안인 ‘초광역특구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자 예외 특례를 놓고 노동계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초광역특구법의 노동특례 조항에 대한 당 안팎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노동계 반발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과 “지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속히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입장 차이가 커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사회적대화를 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일 박상혁 의원이 노동특례를 포함한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했고, 21일에는 최기상 의원이 노동특례를 제외한 별도 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두 법안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병합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의원의 법안에는 특구 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뿐 아니라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규제 완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노동계는 “이러한 특례들이 노동기본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메가성장특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사회적 대화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고 합의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반발을 예상해 특례 조항을 모두 제외한 법안만 발의할 수는 없었다”며 “산업통상부는 오래전부터 노동특례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이를 포함한 법안만 발의하면 노동계가 반발할 수 있어 두 가지 법안을 각각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도 법안 처리 속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여권 관계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이 곧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직결된다”며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법안 처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법안 처리 시한에 연연하기보다 연내 충분한 숙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도 이제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법안의 조속한 처리보다는 노동특례를 둘러싼 이견 조율과 사회적 합의에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노동특례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측도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특별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 제도 안에서 기업의 근로시간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업계의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요구에 대해 “기존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 시행령으로 (유연성 부여 등을)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노위 소속의 다른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후 노동특례 논란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면서 갈등이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시행령 개정 등으로 산업계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을지, 법안에 노동특례를 포함할지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29일에는 국회 기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고용노동부의 당정협의가 예정돼 있다. 다만 기노위와 노동부 측 현재 입장이 동일한 만큼 이견 조율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부처 보고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전날 국회에서 열린 메가성장특별위원회·정부의 당정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초광역특구법 입법을 위해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예전처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특위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여야 간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윤채영·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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