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9기 광역단체장을 만나다-전재수 부산시장

국회의원 ‘10년 고민’의 답은 ‘북극항로 시대’

“북극항로는 부산의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과제”

부산 온 대통령에게 ‘북항 5만석 돔 아레나’ 건의

“퐁피두·라스칼라보다 현대·시립미술관 키워야”

취임 100일, 시민이 체감한 큰 변화는 ‘소통행정’

“지역구 이익, 부산 전체와 결부해야 좋은 정치”

전재수 부산시장은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과제가 대한민국의 과제가 되는 북극항로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제공]
전재수 부산시장은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과제가 대한민국의 과제가 되는 북극항로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제공]

대담 : 강남훈 부산·울산·경남본부 사장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장이 국회의원 10년 동안 했던 고민의 핵심은 ‘부산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는 어젠다’였다. 부산의 미래, 부산의 발전에 관해서 말만 하면 ‘그럼 충청도는, 전라도는, 강원도는’였고 ‘형평성은 어떻게 되나. 지역 이기주의 아닌가’라는 반응이었다. 전 시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부산의 과제가 대한민국의 과제’가 되는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10년 고민’의 답을 찾았다. 북극항로였다.

“부산의 과제가 대한민국의 과제가 되는 시대가 왔어요. 바로 북극항로 시댑니다. 이제 부산이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우리 부산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온 거죠”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집무실에서 만난 전 시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북극항로의 직접적 간접적 경제효과를 대한민국이 싹 빨아들여야 하는데 서울이 하겠나 인천이 하겠나. 세계적인 해운항만 경쟁력을 가진 부산밖에 없다”며 “부산의 과제가 곧 국가 과제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산이 떼를 쓰지 않아도 국가 차원에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회를 잡은 것을 넘어 10배, 100배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 임기동안의 과제도 분명히 했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기 위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제 4년에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행정, 사법, 기업, 금융을 부산에 모아 북극항로 시대에 중국·러시아·일본과 맞붙을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상어 ‘부캉이’가 한달만에 160만 인파를 불러들일 수 있었던 접근성과 배후 수요 창출력을 바탕으로 부산 북항에 5만석 규모의 돔 아레나를 문체부 공모사업 방식으로 최우선 추진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부산을 찾았다. 어떤 의미인가.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재정경제부 장관이든 북극항로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는 뜻이다.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서 행정과 사법, 기업과 금융을 부산에 집적화시키는 요구가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이전, HMM 본사 부산시대, 문현동 금융혁신지구 입주, 동남투자공사, 해사전문법원은 개별 사업이 아니라 북항과 부·울·경 배후 산업단지가 어우러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북항 돔 아레나 현장도 둘러봤는데 어떤 내용을 건의했나.

▶대통령이 문체부 업무보고 때 지시한 내용은 중앙정부가 돔 아레나를 2~4만석 중규모 하나, 5만석 이상 대규모 하나를 짓는다는 것이다. 월드스타들이 아시아 투어 때 유럽과 중국을 거치지만 한국은 패싱하고 일본 도쿄돔으로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5만5000석 돔에서 공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BTS가 컴백 무대를 뻥 뚫린 광화문에서 한다.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 환영식 때 대통령께 건의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복합형 돔구장 공모사업의 목적과 요건에 북항 랜드마크에 구상 중인 돔 아레나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항에서 증명했다. 상어 ‘부캉이’가 한달만에 160만명을 불러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배후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접근성이다. BuTX(부산형 급행철도)로 가덕도신공항에서 부산역까지 20분, 부산역에서 7~8분 거리에 5만석 돔 아레나가 들어서면 야구로만 연간 300만명, 공연 100번이면 500만명이다. 북항의 기본 수요가 1000만명이 된다. 랜드마크 부지 옆 주차장에 해수부와 공공기관들이 들어서고 BBS 등 언론사가 들어올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안 온다는 절박함이 있다. 동시에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여당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고 있나

▶해양수산부 이전도 해사전문법원 개청도 엄청난 지원이다. HMM 본사 부산시대를 연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현동 금융혁신지구에 선박금융회사와 선박보험회사, 선박투자회사 등 3개 회사가 입주했다. 여기에 투자 재원이 50조원인 동남투자공사가 있다.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 800조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산은 행정기능인 해수부, 사법기능인 해사전문법원, HMM을 비롯한 기업, 동남투자공사 등 금융기능이 함께 들어온다. 이 사업들은 각각 별개가 아니다. 북극항로와 어우러지고 부산·울산·경남의 배후 산업단지와 연결된다. 지속적인 성장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임기 내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할 수 있겠나.

▶완성이라기보다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기 위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4년의 과제다. 행정기능을 총괄하는 해수부와 산하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해사전문법원이 2028년 3월까지 개청한다. 통역, 번역, 검증, 감정, 선박보증·보험, 컨설팅 같은 지식서비스, 산업 일자리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HMM 같은 경쟁력 있는 해운 대기업 본사를 부산에 집적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50조원 투자 재원의 동남투자공사를 2028년 상반기에 문을 열게 해 대출·투자·보증을 대대적으로 한다.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 부산에 탄탄한 해양수도 인프라를 구축하면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도 맞붙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것을 4년 동안 해내겠다는 것이다.

-팬스타 아크로호 북극항로 시범운항의 성과와 한계는.

▶국적 선사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실제 수출 화물을 싣고 유럽을 왕복하며 운항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 성과다. 한 차례 운항으로 수에즈 항로보다 경제성이 높다거나 매년 안정적으로 정기운항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정감사의 지적은 타당하고 지금 시점에서 경제성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부도 2030년 정기항로 개설, 2035년 대형선박 투입, 2040년 경제성 확보라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넘어야 할 변수는 ▷경제성 ▷안정적 화물 확보 ▷정시성과 안전성 ▷대러 제재 등 외교문제다. ‘불확실하니 기다릴 것인가 불확실하니 미리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우리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겠다.

-퐁피두센터와 라스칼라 공연을 백지화했다. ‘전재수표 문화정책’의 핵심은.

▶퐁피두는 100% 시비로 1500억원 가까이 들고 매년 120억원씩 부담해야 하는데다 국가지질공원인 이기대까지 훼손한다. 전시 기획 등 모든 결정권은 퐁피두에 있고 우리는 돈만 내는 불공정한 계약구조였다. 라스칼라는 공연 3~4번 하고 105억원이 드는데 부산 문화예술지원 예산을 전부 합쳐도 100억원이다. 200년 역사의 아카데미 교류 요청도 묵살했다. 선거 때 반대했다고 취임 직후 뒤집은 것이 아니라 100일 넘는 숙의를 거쳤다. 퐁피두에 지급한 비용은 법률 자문비 외에 없고, 라스칼라와는 계약이나 예산 투입이 없어 문화외교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되면 라스칼라 초청을 다시 추진하겠다. 전재수 문화정책의 핵심은 ‘문화기본도시 부산’이다. 문화든 경제든 대한민국은 이미 보고 배우는 나라가 아니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문화사대주의에 갇혀 퐁피두에 1500억, 매년 100억씩 할 바에야 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을 더 키워 부산 작가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사직야구장을 둘러싼 반발도 크다.

▶사직야구장은 야구도시 부산의 정통성을 잇는 핵심 스포츠 거점이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알고 있고 재건축이 중단된 적도 없다. 북항 아레나는 대규모 공연과 행사를 여는 공연 위주 복합 문화·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 시민 대토론회와 원도심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사직 일대 상권위축 우려도 공감한다. 충분히 듣고 검토한 뒤 결과를 보고하겠다.

-산업은행 등 2차 공공기관 이전 상황은.

▶정부가 올해 4분기 2차 이전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임차청사 등으로 선도기관을 옮긴다고 밝혔다. 국책금융기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정책적 불확실성은 많이 걷혔다. 부산시는 산업은행을 최우선 희망기관으로 제출했고 정부·국회와 여러 차례 협의했다. 여야를 떠나 지역 정치권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부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LCC’ 본사 유치는.

▶대한항공과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20차례 했고, 산업은행과 국회·정당에도 본사 소재지는 물론 주요 의사결정과 노선·운항계획 등 핵심 기능을 부산에서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의 초기 노선망과 안정적 운항 기반을 확보해 연관산업 성장과 신규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겠다. 본사 유치가 어려운 경우에도 노선 개설·마케팅 지원으로 부산의 거점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항공산업 기반이 약화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

-공공기관장 인사의 전문성·보은 논란이 있다. 인사 원칙은.

▶시장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시의회 인사청문 결과와 노조의 우려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가장 큰 기준은 유능함과 전문성이며, 기관별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경력과 기관 현안을 종합해 임명했다. 조례 개정으로 22개 전 공공기관장이 인사청문을 거치게 돼 검증이 한층 강화됐다. 공모 절차도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시민이 체감한 변화는.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시민이 시정의 중심이 되는 소통 행정’일 것이다. 1%대 저리대출과 소상공인 에너지바우처는 접수 초기부터 신청이 폭증했다. 100일만에 민생이 크게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이어가겠다. 10차례 ‘동행 간담회’에서 71건을 접수해 23건을 조치했고 48건은 추진 중이다. 첫 간담회에서 폭염에 시원한 물도 마시기 어렵다는 이동노동자의 호소를 듣고 쉼터 3곳에 냉장고를 설치했고, 편의점 쉼터를 48곳에서 96곳으로 늘렸다.

전재수 시장은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와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탄탄한 해양수도 부산의 성장기반을 임기 안에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시 제공]
전재수 시장은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와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탄탄한 해양수도 부산의 성장기반을 임기 안에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은 여소야대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머리 맞대고 해결할 현안은.

▶당장 내년도 예산이다. 부산의 100년 미래를 여는 마중물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의회에 설명하고 부탁하고 필요하면 통 크게 양보하겠다. 부산은 국회의원 0대18, 시의원은 11대37로 압도적 여소야대지만, 늘 그런 환경에서 정치를 해와서 지금이 대단히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퐁피두 분관이든 생곡소각장이든 지역구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좋은 정치를 하려면 지역구 이익이 부산 전체의 이익과 결부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임기동안 가장 먼저 매듭짓고 싶은 과제는.

▶점수는 시민이 매길 몫이다. 이제 ‘열심히 했다’를 넘어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보여 드려야 한다. 가장 서둘러 하고 싶은 일은 해양수도 부산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드는 것이다. 누가 와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성장기반을 임기 안에 갖추고 싶다. 해양행정과 사법, 금융과 기업, 연구개발 기능을 빠르게 모으고 연결해 국제 해양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겠다. 그 성장이 청년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북극항로 시대는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 이를 10배, 100배 키우고 ‘해양수도 부산’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려면 전재수 혼자 안 되고 시민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부산을 역동적인 ‘기회와 바다의 도시’,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 서울·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비수도권의 맏형으로 만들겠다.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정리=정형기·정석준 기자


kaf2002@heraldcorp.com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