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공동 연구팀, ‘건선’ 新염증반응 조절 원리 규명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국내 연구진이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을 악화시키는 분자 메커니즘을 새로이 규명해 냈다. 특히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억제하면 건선 증상이 완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27일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는 첨단바이오융합대학·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김욱 교수 연구팀이 대식세포의 칸나비노이드 제1형 수용체(Cannabinoid 1 Receptor, CB1R)가 건선 피부 염증을 촉진한다는 사실과 함께 그 작용기전인 ‘CB1R-AUF1-NLRP3 면역대사 조절축’에 대해 새롭게 규명해 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대식세포 CB1R 표적화를 통한 AUF1-NLRP3 조절축 기반 건선 피부염증 완화(Targeting Cannabinoid 1 Receptor in Macrophages Alleviates Psoriatic Skin Inflammation through the AUF1-NLRP3 Axi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아주대 첨단바이오융합연구소 최홍서 박사가 제1저자로, 가톨릭대 의과대학 이은경 교수팀·중앙대 생명과학과 김정웅 교수팀·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Josephine M. Egan 교수팀이 함께 연구에 참여했다.
건선(Psoriasis)은 피부에 붉은 발진과 두꺼운 각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비만·제2형 당뇨병·심혈관계 질환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건선은 전신성 염증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비만·제2형 당뇨병·심혈관계 질환 등의 대사 이상과 피부 염증을 연결하는 분자 기전(Molecular Mechanism)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건선 치료를 위해서는 IL-17, IL-23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염증성 사이토카인 : 대식세포 같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어 신체 내 염증반응을 촉진하고 매개하는 신호전달용 단백질
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 중단 후의 재발 가능성과 장기간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의 한계가 있어 새로운 치료 전략이 요구되어 왔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체내 에너지 대사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칸나비노이드 제1형 수용체(CB1R)’에 주목했다. CB1R은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치료 표적으로 연구 되어왔으며, 특히 대식세포 대식세포(Macrophage) : 인체의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백혈구. 박테리아, 바이러스, 암세포 등을 둘러싸 삼킨 뒤 분해·제거해 면역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의 CB1R이 대사성 염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건선과 같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에서 대식세포 CB1R의 역할과 작용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의 건선 피부조직과 두 종류의 건선 동물모델을 분석해, 염증 피부에서 CB1R 발현이 증가하고 특히 병변에 침윤한 대식세포에서 CB1R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건선 동물모델에서, 피부 염증이 진행됨에 따라 CB1R 발현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관찰했다.
공동 연구팀은 CB1R의 기능을 검증하기 위해 칸나비노이드 수용체1 억제제인 리모나반트(rimonabant)를 투여했다. 그 결과 건선 동물모델에서 피부의 붉어짐과 각질 형성, 표피 비후 표피 비후 : 피부의 겉 표면이 두꺼워지는 현상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이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또한 전신 또는 대식세포를 포함한 골수계 세포에서 CB1R 유전자를 결손시킨 생쥐에서도 건선 증상이 크게 완화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나아가 대식세포를 제거한 후 정상 또는 CB1R 결손 대식세포를 재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대식세포 CB1R이 건선 염증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특히 연구팀은 CB1R이 염증을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분자 메커니즘도 규명해 냈다. 대식세포의 CB1R이 활성화되면 RNA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AUF1의 발현이 감소하고, 그 결과 강력한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NLRP3 염증 복합체의 활성이 증가했다. 반대로 CB1R을 억제하면 RNA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AUF1이 증가해 NLRP3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메신저 RNA(mRNA)의 분해를 촉진함으로써 염증복합체 활성과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β 생성을 억제했다. 이는 CB1R이 RNA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경로를 통해 건선 염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에 CB1R 억제제로 활용되던 리모나반트를 대체할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모나반트는 원래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정신신경계 계통의 부작용으로 사용이 중단된 약물이다. 연구팀은 뇌로의 약물 이동을 제한하도록 개발된 여러 말초 제한형 CB1R 억제제를 건선 동물모델에 적용해, 피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중추신경계에 대한 영향을 줄이면서 말초 면역세포의 CB1R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대사질환의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칸나비노이드 제1형 수용체(CB1R)’가 건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그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건선과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대사적 연결고리를 제시하고, 기존 염증성 사이토카인 표적 치료법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 표적을 발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를 주도한 아주대 김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관련된 ‘칸나비노이드 제1형 수용체(CB1R)’가 어떤 경로를 통해 건선 염증을 악화시키는가와 관련한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특히 ‘칸나비노이드 제1형 수용체(CB1R)’ 억제를 통해 건선 염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 기존 치료법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로의 이동을 제한한 말초 제한형 CB1R 저해제에서도 건선 억제 효과를 확인한 만큼, 향후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줄이면서 건선 염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식세포 CB1R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을 고도화하고,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과 건선이 동반되는 상황에서 CB1R의 역할을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글로벌기초연구실사업 및 핵심연구-유형C), 국가신약개발사업 및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GRRC)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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