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전 총리 별세에 유가족에 조전
“중일 4대 정치문건 준수해야” 강조
대만 문제로 갈등 빚은 다카이치 겨냥 해석
후쿠다, 재임 시절 중일 관계 개선 기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의 별세를 애도하면서 일본의 현 집권자들에게 과거 정치 지도자들이 쌓아온 중일 관계의 기반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만 문제를 둘러싼 발언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지난 22일 별세한 후쿠다 전 총리의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시 주석은 “후쿠다 선생은 일본에서 신의와 책임감이 있는 정치가였고,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랫동안 중일 우호에 마음을 쏟으면서 올바른 역사관을 견지해왔고, 재임 기간 중국과 중일 네 번째 정치문건을 체결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원칙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후쿠다 선생이 중일 관계와 아시아 발전에 한 공헌을 깊이 새길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고인의 뜻을 이어 중일 우호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시 주석은 애도 메시지에서 일본의 현 정치 지도자들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일본 집권자가 선배 정치가들이 기울인 심혈과 노력을 소중히 여기고, 중일 4대 정치문건을 준수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실질적으로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일본 총리를 추모하는 메시지에 현 집권자의 외교적 태도를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담은 것이다.
시 주석이 언급한 중일 4대 정치문건은 양국 관계의 기본 원칙을 규정한 주요 외교 합의다.
1972년 국교 정상화 당시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과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공동선언, 2008년 중일 공동성명 등이 포함된다.
이들 문건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한 양국의 입장과 상호 주권 및 영토 보전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시 주석이 이 같은 합의를 재차 강조한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양국 관계는 약 1년째 경색된 상태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 과거 양국 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온건파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2007년 총리 취임 직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답하며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본 내 우익적 역사 인식과 거리를 두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한중 양국과 비교적 원만한 외교 관계를 유지했다.
퇴임 이후에도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이어갔다.
2014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에는 중국을 비공개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했다.
이 만남은 이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후쿠다 전 총리의 외교적 유산을 강조한 가운데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관계에 변화가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조율하고 있지만 시 주석과의 양자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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