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의 ‘여전히 찬란하게’

평점 1위·독립예술영화 1위

“소매가 다 젖었다” 차인표 GV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플러스엠 제공]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플러스엠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배우가, 같은 역사를 스크린으로 옮긴 감독 곁에 섰다. 배우이자 작가 차인표다. 현재 네이버 평점 1위를 기록 중인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GV에서다.

28일 제작사 플러스엠에 따르면 차인표는 전날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특별 관객과의 대화(GV)에 송일곤 감독의 초청으로 함께했다.

차인표는 앞서 2009년 첫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펴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룬 이 소설은 202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고, 2024년엔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됐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랜만에 나온 위안부 소재 영화다. 영화의 뿌리는 이혜숙 작가의 희곡 ‘오래된 사과’. 데뷔 이후 모든 작품의 시나리오를 손수 써 온 송 감독이 다른 작가의 이야기로 메가폰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소재의 무게로 인한 부담이 적잖았다. 그럼에도 송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건 그 안에 담긴 “올곧고 선한 마음”이었다. 개봉 직후 헤럴드경제와 만난 송 감독은 “역사적 사건은 문학이든 영화든 노래든 다양한 시선과 형태로 다뤄져야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며 “그 사건을 한 여성의 기억으로 바라본 이야기여서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중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중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향한 관심과 반응은 소소하게 일고 있다. 28일 네이버 기준 ‘여전히 찬란하게’의 실관람객 평점은 9.8점. 현재 박스오피스 상영작 가운데 가장 높다. CGV 골든에그지수도 96~97%를 오간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봉한 이 영화는 27일 하루 4244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4만8448명. 전날(3167명)보다 관객이 1000명 넘게 늘며 7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독립·예술영화 가운데선 박스오피스와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위안부’ 피해를 다루지만 위안소는 한 장면도 비추지 않는다. 카메라가 머무는 곳은 1942년, 가수를 꿈꾸는 정임(최주은 분)과 친구의 재능을 아끼는 순옥(박서경 분)의 우정과 비극 이전의 모습이다. 폭력을 재연하는 대신 소녀들이 잃어버린 일상과 꿈을 보여 주자, 관객은 더 깊은 눈물을 짓는다. “긴팔 옷을 입고 가길 잘했다, 양쪽 소매가 젖을 정도로 울었다”는 관람평까지 나왔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은 지난 24~27일 관객에게 티슈를 나눠 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송 감독은 “‘아픈 이야기니까 아프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보고 싶지 않다”며 “아픈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이미 있었기에 굳이 그 이야기를 재연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했다.

영화의 중심에 김혜자가 있다. 데뷔 65주년을 맞은 김혜자가 ‘길’(2017) 이후 9년 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처음엔 “무서워서 안 하고 싶다”며 고사했지만, 송 감독의 여섯 차례 설득 끝에 마음을 돌렸다. 김혜자는 자필 편지에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부축을 받고, 15일 언론시사회 무대인사에는 감기로 불참해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혜자는 지난 2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 무대인사에 서서 관객을 만났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중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중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전히 찬란하게’는 자극의 수위를 높이지 않는다. 인물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송 감독은 “요즘은 썰고 찌르고 죽이고 더 자극적인 것으로 흐르는 도파민의 시대다. 그렇기에 오히려 반(反)도파민의 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람평에는 부모님과 함께 다시 보고 싶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교육 현장도 움직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28일 광주의 한 극장에서 초·중·고교생과 인솔자 등 396명이 참여한 단체 관람을 열었다. 제작사에 따르면 극장가 비수기에도 ‘여전히 찬란하게’는 기업 단체 관람, 연말 단체 대관 등의 문의가 이어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송 감독은 “그 아이들의 찬란했던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기억해야만 과거의 아픈 이야기도 기억할 수 있다고 내내 생각했다”며 “그 시절을 기억해야 우리는 다시 비극을 맞지 않을 수 있고, 비극 앞에 서더라도 연대하고 공감하면 그 상처도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차인표는 GV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출연도, 제작도 안했지만 이 영화가 오랫동안 상영되기를, 많은 관객과 만나기를” 바란다며 “한 시대의 아름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 공감하면 다음 세대는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햇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