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튀르키예 조사성과 설명회
78년 만에 확인된 모자이크
내륙 헬레니즘 거점 실체 확인
사전 정밀 지하 물리탐사 적용
3D 스캔과 물리탐사 분석 등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한국 고고학 연구진이 튀르키예 중부 아나톨리아 퀴테페 유적 조사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실크로드 인접지와 북방 지역 위주였던 기존 국외 조사를 고대 문명지로 확장한 가운데, 정밀 지하 물리탐사와 3D 디지털 실측, 융복합 보존과학 등 한국 고고학의 첨단 기술력이 현장 발굴과 유구 규명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튀르키예 공동연구 조사성과 설명회’를 열고 튀르키예 퀼테페(Kültepe) 유적 발굴 성과와 양국 학술 협력 추진 경과를 공개했다.
퀼테페는 여의도 면적의 1.3배(약 360만㎡) 규모로 기원전 3000년경 청동기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이어진 고대 도시 유적이다. 고대 카네시 왕국의 수도이자 2만 3500여 점의 설형문자 점토판(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출토된 상업 거점으로,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박윤정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고고연구실장은 “그동안 연구원의 국외 조사는 실크로드나 한국 고대사 관련 유적 위주로 진행됐다”며 “이번 튀르키예 조사는 우리 고고학의 연구 범위를 세계 고대 문명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연구망을 구축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78년 만에 드러난 내륙 헬레니즘 건물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앙카라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2024년 4월 교류협력 업무약정을 체결한 뒤 2025년부터 청동기시대 와르샤마(Warshama) 궁전 동쪽 구역을 조사해 왔다. 연구진은 지표 2m 깊이에서 헬레니즘시대(기원전 323~30년) 모자이크 유구와 4개 층으로 중첩된 문화층을 확인했다. 퀼테페 유적에서 헬레니즘시대 모자이크 유구가 확인된 것은 1948년 첫 발굴 이후 78년 만이다.
김대영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학예연구사는 “상층부에서 총 4개의 헬레니즘 시대 문화층이 중첩돼 잔존함을 확인했다”며 “바닥을 고른 뒤 깬돌과 사질 점토를 깔고 강돌을 채운 뒤 석회 반죽으로 마감한 구조로 에페소스 유적의 건물지와 유사한 축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확인된 모자이크 규모는 남북 165㎝, 동서 163㎝이며 주변 잔존 흔적을 고려할 때 원규모는 250㎝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는 해안 무역 도시 중심으로 번영했던 헬레니즘 문명이 내륙 분지인 중앙 아나톨리아에서도 거점 형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근거로 평가받는다. 모자이크 주변에서는 최소 3개 동 이상의 대형 건물이 맞물린 복합 건물지 흔적과 함께 그리스 아테네 및 키프로스산 수입 토기가 출토됐다.
피크리 쿨라코울루 앙카라대학교 교수는 “문헌으로 전해지던 퀼테페 내륙 헬레니즘 유적의 실체를 78년 발굴 역사상 처음 확인했다”며 “모자이크 유구와 그리스·키프로스산 수입 토기 출토는 기원전 300년경 이곳이 지중해 본토와 물자를 교류하던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 사전 물리탐사와 3D 스캔 기술 도입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튀르키예 앙카라대학교 발굴단은 청동기 시대 와르샤마 궁전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사전에 지하 물리탐사를 진행해 이상 반응이 집중된 위치를 발굴 구역으로 정했다. 하부 목표층으로 직행하지 않고 상층 층위를 단계별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헬레니즘 문화층을 훼손 없이 수습했다.
단기간에 거둔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사전에 매장 유구를 정밀하게 특정하고 출토 유물을 신속·정확하게 기록·분석해 낸 한국 연구진의 첨단 기술력이 있었다.
현장 조사와 통역을 맡은 최지연 앙카라대학교 퀼테페 유적 연구원은 “대학 연구실 위주인 다른 외국 팀과 달리 한국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사전에 정밀한 지하 물리탐사를 거쳐 전략적으로 위치를 선정했다”라며 “한 발굴 시즌마다 수만 점씩 쏟아지는 토기를 첨단 디지털 3D 스캔 기술로 처리해 시간과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현장에서 수습한 물질을 전문 분석실과 교차 검증하면서 3~4배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현장 조사에 자체 보유한 비파괴 지하 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 탐사 기술을 적용해 발굴 전 매장 유구의 위치를 특정했다. 이어 출토 유물과 모자이크 유구에 연구원의 초정밀 3D 스캔과 디지털 전자실측 기법을 도입해 수작업 대비 실측 오차와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복잡한 형상의 동물 모양 토기까지 원형 그대로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출토된 목질의 나이테(연륜) 분석으로 연대를 특정하고, 모자이크 바닥면의 석회 성분과 금속 재질을 현장에서 감식해 내는 융복합 보존과학 분석 체계를 가동했다.
뷜렌트 괴뉠타시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문화유산박물관총국 부총국장은 “28개국 연구진이 참여하는 현장에서 한국의 학술 역량과 디지털 복원 기술은 양국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며 협력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앙카라대학교는 2027년 5월부터 7월까지 3차 공동 발굴 조사를 진행한다. 시굴 구덩이를 통합·확장해 헬레니즘 건물지 도면을 파악하고 하부의 청동기 와르샤마 궁전 조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한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문화유산박물관총국과 업무약정(MOU)을 맺고,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는 2027년 중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퀼테페 유적 특별전’ 공동 개최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시에서는 이번 조사 성과와 함께 세계기록유산인 설형문자 점토판 및 현지 주요 박물관 소장 유물 등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terry@heraldcorp.com
![약 먹고 ‘5일’ 만에 느낀 ‘이상’…서울대병원 갔는데 진료도 못 받고 ‘사망’ [메디컬 생존 게임]](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7/news-p.v1.20261025.e69497820ff8425d91e5c6c76c178dc4_T1.jpg?type=h&h=240)
![“우리 애가 전화를 안 받아요” 죄책감에 무너진 어머니…‘들어주는 통화’ 50년째 그들을 살린다 [온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6/news-p.v1.20261022.2a91e9603cf24aa9a96e207c11b4c0a2_T1.jpg?type=h&h=240)
![‘보수텃밭’도 요동…트럼프 31% 최악 지지율 상·하원 뒤집힐까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26/rcv.YNA.20261020.PAP202610201387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