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공개일 4일→3일 변경
‘재혼 황후’가 문을 연 동대제국
신민아 “황후와 여성의 사이”
새가 된 이종석, ‘라스타’ 이세영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처음 원작을 봤을 때 제 입맛에는 생소했어요. 이걸 과연 입에 넣어도 되나 고민했어요.”
동대제국의 황제 소비에슈를 연기한 주지훈이 실사화된 디즈니플러스 ‘재혼 황후’의 공개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다시 10개 언어로 퍼져나간 ‘재혼 황후’가 드디어 실사화된 것이다. 가상의 서양 황궁, 이혼과 재혼, 새로 변하는 왕자…. 낯선 재료라 느꼈던 건 주지훈만은 아니었다.
신민아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원작보다 대본을 먼저 접했는데, 새로운 형태의 대본이라 어떻게 나올지 우려와 기대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해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조화롭게 드라마가 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신민아 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 황제 소비에슈(주지훈 분)에게 이혼을 통보받으며 시작된다. 나비에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서왕국 왕자 하인리(이종석 분)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한다. 알파타르트 작가가 2018년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를 시작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재혼 황후’의 시작은 웹소설이었지만, 2019년 웹툰으로 옮겨진 뒤 10개 언어로 번역됐다. 원작 웹툰의 글로벌 누적 조회수는 29억7000만 회(7월 현재)에 이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의 조수원 감독이 연출을, ‘경이로운 소문’의 여지나·현충열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당초 4일 공개 예정이던 작품은 하루 앞당겨 이날 오후 1~4회를 선보이고, 이후 매주 수요일 2회씩 모두 10회가 공개된다. 지난달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먼저 공개된 뒤 호응이 이어진 점이 반영됐다.
조수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때 반응이 좋아 기대감이 더 크다”며 “가장 궁금했던 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을 때 많은 분이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점”이라고 했다.
감정을 누른 황후, 항변하는 황제
나비에는 충격적인 통보 앞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신민아에겐 황후로서의 위엄을 지키면서도 여성으로서 휘몰아치는 감정 변화를 적절히 표현하는 게 숙제였다. 그는 “황후라는 무게감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감정 변화가 크게 보여서는 안 됐다”며 “그렇지만 한 여성으로서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드려야 했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그 선을 잘 타야 시청자가 나비에를 응원하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웹툰의 그림체를 상당 부분 구현한다. 원작 속 배경과 이름은 물론, 드레스와 왕관 차림의 기품도 화면으로 증명해 냈다. 신민아는 “의상과 헤어 등 황후의 기품을 외적으로 보여줘야 했다. 도파민도 있었고, 부담감도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세계관에서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추억이 됐다”고 돌아봤다.
‘재혼 황후’ 속 바람난(?) 황제 소비에슈는 원작 독자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아온 인물이다. 주지훈은 소비에슈를 “좋게 말하면 순수한 아이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제국의 후사를 이어야 하는 황제의 자리에서 보면, 후궁을 들이는 선택에도 나름의 정당성이 생긴다는 해석이다. 주지훈은 “우리는 나비에의 시점에서 나비에의 감정을 따라가지만, 제목이 ‘재혼 황후’가 아니라 ‘재혼 황제’였다면 너무 말이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부산 상영 이후 쏟아진 비난에도 주지훈은 태연했다. 그는 “저로 인해 심장이 뜨거워지거나, 저에게 삿대질하며 분노를 표출해 현생의 속이 시원해지신다면 배우로서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예계 생활 20년 동안 댓글을 수없이 읽어온 만큼 멘탈은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변신한 ‘왕자’ 이종석·3인칭 화법 ‘라스타’ 이세영
이종석은 이번 작품으로 조수원 감독과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간다. 그의 히트작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피노키오’(2014)에 이어 약 11년 만이다.
이종석은 “웹툰과 웹소설을 굉장히 재밌게 봤던 터라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낯설지만 새롭고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았다”며 “왕자 역할을 또 언제 해보겠나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하인리는 새의 모습으로 나비에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쌓는다. 새는 CG(컴퓨터 그래픽)로 구현됐다. 이종석은 “CG 본부장님이 내 연기의 특징적인 몸짓을 참고해 작업했다고 하더라”며 “새가 어떻게 나올지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알 수 없어 늘 불안했다”고 했다. 동일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새 머리도 갈색으로 맞췄다는 이종석은 “내가 좀 새 상이긴 하다”며 웃었다. 새에서 처음 사람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나체로 찍어야 했다. 이종석은 “앞으로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주는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해 ‘시간을 한 달만 더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원작 속 하인리는 ‘눈을 마주치면 쓰러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다. 이종석은 “극 중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쓰러졌다’,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는 묘사가 많아 어떤 작품보다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써야 했다”며 “그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하인리의 비서 멕켄나 역의 최대훈과 함께 하인리 특유의 여유와 능청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이세영은 ‘의사 요한’(2019) 이후 약 7년 만에 조수원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이세영이 연기한 라스타는 노예로 살다 황제의 총애를 얻어 황궁에 들어온 뒤 점점 욕망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이세영은 라스타를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랑스러운 악역”이라고 소개했다.
이세영이 꼽은 라스타의 첫인상은 대사 한 줄에 담겨 있다. 황궁에 들어온 라스타가 황후 나비에에게 건네는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다. 이세영은 “그 대사를 보고 ‘아, 정말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며 “아이가 배가 고프면 본능적으로 밥을 달라고 울듯, 라스타도 살아남고 사랑받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라스타는 자신을 ‘라스타’라고 칭하는 3인칭 화법을 쓴다. 이세영은 이 말투가 어색하지 않게 들리도록 촬영 내내 입에 붙여 연습했다고 귀띔했다.
이세영이 그린 건 ‘순수악’이었다. 그는 “순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 순수악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외모 관리에도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새하얗고 예쁘지 않았다면 정말 미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이세영은 웃었다.
배우들뿐 아니라 조수원 감독이 인기 웹소설이자 웹툰을 화면으로 옮겨야 했기에 고심이 깊었다. 그는 “원작 소설의 진지함은 더 밝고 잔망스러운 웹툰과 달랐다. 그래서 중간을 설정해 톤을 잡아가려고 했다”며 “제작사의 배려로 미술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러다 독일의 성을 발견했고, 우리 인물들이 정말 재밌게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미술이나 장소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건 세계관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순간 설득력이 생기는 앵글을 잡기 위해서였다”고 거들었다.
잘 만들어진 무대는 배우들이 몰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신민아는 “저희는 세계관에 쉽게 빠져 연기했다”며 “우리가 만든 세계관에 들어오셔서 각 배우의 매력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종석 역시 “작품 자체로 즐기시면 조금 낯설더라도 반드시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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