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야호’ 다음은 ‘백화요란’

‘러브 어택’ 역주행 후 첫 신보

리센느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리센느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던 사자성어예요. 그 단어가 리센느의 곡 제목이 된 것만으로도 기쁜데, 직접 부를 수 있게 돼 정말 신기하고 감사해요.”(미나미)

붓끝에서 피어난 노래다. 일본에서 8년 동안 서예를 배운 미나미가 한 해의 목표로 써 내려간 네 글자가 새 앨범의 수록곡이 됐다. ‘온갖 꽃이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핀다’는 뜻의 사자성어 ‘백화요란’이다. 미나미는 “이사님께서 그 글씨를 보시고 아름답고 멋진 곡으로 탄생시켜 주셨다”고 했다. “거제 야호” 한마디로 2년 전 노래를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그룹 리센느가 이번엔 유튜브 속 한 장면을 음악으로 옮겨 왔다.

리센느(원이·리브·미나미·메이·제나)는 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원(WON)뱅킹홀에서 열린 미니 4집 ‘펄스(PULS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기적은 쉽지 않은데 그런 단어를 붙여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또 한 번 기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원이)고 말했다. 원이는 특히 여기까지 오게 한 힘으로 “끝까지 저희를 지키고 계셨던 팬분들의 사랑”을 꼽았다. ‘러브 어택(LOVE ATTACK)’ 역주행 이후 처음 마련된 언론 쇼케이스였다.

리센느는 2024년 3월 신생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다. 대표를 포함한 세 사람이 1000만 원을 모아 세운 회사의 첫 걸그룹이었다. 데뷔 뒤 음악방송 무대 하나 잡기도 어려웠던 시간은 올해 3월 완전히 뒤집혔다.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가 밈으로 번지자, 2024년 8월 발표한 ‘러브 어택’이 차트를 거슬러 올랐다. 지난 7월 멜론 ‘톱100’ 1위. 발매 1년 11개월 만이었다. 카라의 곡을 다시 부른 ‘프리티 걸(Pretty Girl)’까지 더해 두 곡으로 음악방송 트로피 6개를 거머쥐었고, 지난달 24일엔 연예인 최초로 경남 거제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펄스’는 그 뒤 처음 내놓는 리센느만의 노래다. 리메이크 싱글 ‘프리티 걸’ 이후 4개월, 오리지널 신곡으로는 4월 디지털 싱글 ‘런어웨이(Runaway)’ 이후 7개월 만이다. 실물 앨범으로는 지난해 11월 미니 3집 ‘립 밤(lip bomb)’ 이후 1년 만이다. 원이는 ‘펄스’를 “리센느의 심장이 정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앨범마다 하나의 향을 정해 온 리센느가 이번에 고른 향은 머스크다. 데뷔 싱글의 플로럴에서 시작해 바다 내음의 앰버그리스, 비누, 비 갠 뒤의 풀, 베리, 인센스, 자몽을 지나왔다. 앨범명 ‘펄스’는 심장 박동을 뜻하지만, 향수의 언어로 읽으면 손목과 목덜미처럼 맥박이 뛰는 자리, 향을 뿌리는 곳이기도 하다. 미나미는 머스크를 “저희와 저희를 봐 주시는 분들이 함께 나누는 체온을 닮은 향”이라며 “은은하게 오래 머물며 스며드는 향이라 우리 사이에 오래 머물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위드(With)’는 서정적인 도입부가 숨을 고르는 사이 베이스와 드럼이 바닥을 다지고, 후렴에 이르러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곡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을 부르는 메아리를 따라 달려가 마침내 ‘너’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노래에 화답하는 함성 속에서 달려온 시간이 함께 나아갈 약속이 된다는 노랫말은, 무명의 시간을 함께 건너온 팬덤 ‘리마인’을 향한다. 포인트 안무는 원이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손가락으로 그림자 여우를 만들어 입술 아래 대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두 번씩 물결을 그린다. 제나는 “다섯 명이 한 몸처럼 합을 맞추는 동작이 굉장히 많다”며 “하나로 뭉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눈여겨봐 달라”고 했다.

리센느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리센느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마지막 무대는 ‘백화요란(Inside Out)’이었다. 제목이 주는 화사함과 달리 묵직한 비트와 베이스가 낮게 깔리고, 그 위로 부드러운 R&B 화음이 번진다. 슈트 차림의 다섯 멤버는 의자를 활용한 안무로 곡의 무게를 실었다. 리브는 영어 부제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내 안에서 시작된 찬란함이 바깥세상으로 피어나 환하게 번져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곡진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 작곡에 참여하고 직접 노래한 이재(EJAE)가 이름을 올렸다.

앨범 전반의 설계는 이주헌 더뮤즈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더풀킴 이사가 맡았다. 두 사람은 수록곡 5곡 모두의 노랫말을 썼고, 타이틀곡 ‘위드’는 작곡과 편곡까지 함께했다. 앨범에는 ‘위드’와 ‘백화요란’ 외에 ‘파이니스트 띵(Finest Thing)’, ‘미미(MEME)’, ‘드래곤(Dragon)’이 실렸다. 멤버들의 다음 꿈도 그 노랫말에 가 닿아 있다. 원이는 “이사님께서 항상 저희를 생각하며 가사를 써 주시는데, 반대로 저희가 팬분들과 식구들을 위한 가사를 직접 써서 노래로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4개월 사이 리센느를 둘러싼 공기는 달라졌다. 리브는 “지난 활동 때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 덕분에 4개월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돌아봤다. 제나는 쏟아진 기대가 “되게 좋은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그 힘으로 연습에 더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기적 같은 역주행으로 ‘국민 걸그룹’ 타이틀까지 안았지만, 리센느는 대중이 붙여 준 수식어 앞에서 몸을 낮췄다. 메이는 “‘국민 걸그룹’이라는 호칭은 저희가 느끼기에 너무 과분하다”며 “그렇게 불러 주시는 만큼 호칭에 맞는 걸그룹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답했다. 원이는 인기라는 말이 아직 “이상하고 부끄럽다”면서, “리센느 노래는 믿고 듣는다”는 수식어가 확실해지기를 바랐다. 리브가 얻고 싶은 수식어도 “변함없이 믿고 듣는 리센느”였다.

멤버들은 인기의 크기보다 시간의 길이를 먼저 담았다. 메이는 “잠깐 반짝할 화제성이 아니라 더 오래오래 리센느를 생각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앨범의 첫 곡 ‘파이니스트 띵’이 노래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잠깐의 화려함에 흔들리지 않고, 시간을 들여 쌓아 온 가치를 알아보는 노래다. 미나미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저희의 음악과 향을 각인시켜 드리는 것이 목표이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원이 역시 숫자를 앞세우지 않았다. 원이는 “수치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했다기보다 리센느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실력과 음악으로 확실하게 보여드리면 그만큼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직접 답했다. 원이는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념관 개관식 축하 공연 도중 호흡 곤란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다 돌아왔다. 세탁 뒤 줄어든 의상 탓이었다. 원이는 “너무너무 괜찮다”며 “거제 상여자는 그런 옷 따위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웃었다. 옷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덧붙인 원이는 팬들에게 거제 사투리로 인사를 남겼다. “걱정하지 마라, 단디 챙길게.”

리센느의 미니 4집 ‘펄스’는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 사이트에 공개됐다. 메이는 “저희에게 ‘펄스’는 한 단어로 ‘펄스’ 그 자체”라며 “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다섯 멤버의 심장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뛰고 있다. 지켜보시는 모든 분의 심장까지 함께 뛰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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