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1972년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의 흥망성쇠’ 발매
종말이 예고된 지구, 라디오에 들려온 ‘스타맨’의 메시지…보위가 그려낸 기이하고 찬란한 세계
1910년 혜성의 공포, 1844년 재림의 약속…종말도 구원도 오지 않은 날, 인간에게 남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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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ve got five years, that’s all we‘ve got”
(세계의 종말까지, 우리에게 5년만이 남아 있다)
- 데이비드 보위, ‘5년’(Five Years) 中 -
종말이 예고되다
1910년 2월 8일,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콜’ 1면에 한 편의 기사가 실렸다. 76년 주기로 돌아오는 핼리 혜성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천문학자들은 혜성의 꼬리에서 독성 기체인 시아노젠을 관측했다. 시아노젠은 세포가 산소를 이용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맹독성 물질로, 고농도에 노출될 시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킨다. 뉴스는 지구가 혜성의 꼬리를 통과할 때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미유 플라마리옹의 발언도 공포를 키웠다.
“대기에 스며들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소멸될 수 있다”
곳곳에서 독가스를 막아준다는 알약과 방독면이 팔리기 시작했다. 독일의 농부들은 봄 파종을 포기했다. 작물이 익기 전에 세상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혜성으로 누군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500달러를 지급한다는 보험 상품까지 등장했다.
지구가 혜성의 꼬리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 날짜는 1910년 5월 18일이었다.
그리고 5월 18일이 다가왔다.
“There‘s a starman waiting in the sky.”
(하늘을 봐, 스타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 데이비드 보위, ‘스타맨’(Starman) 中 -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
1844년 9월, 미국 뉴햄프셔주 웨이크필드의 치안판사 엘폰조 콜비는 주정부에 자신의 임명장을 반납했다. 그에게 직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해의 10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예언돼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침례교 설교자 윌리엄 밀러를 따르는 사람들이 종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밀러는 성서의 예언을 해석해 1843년에서 1844년 사이 그리스도가 재림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첫 예언의 기한이 지난 뒤, 추종자인 새뮤얼 스노는 1844년 10월 22일을 새로운 날짜로 제시했다.
밀러파로 불린 신도들은 그날을 준비했다. 생업을 중단하고 재산을 처분했다. 밀린 빚을 갚고, 다른 신도들에게 돈을 나눠주기도 했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기다린 것은 죽음만이 아니었다. 그리스도의 재림과 구원이었다.
영국의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1972년 발매한 종말을 앞둔 지구를 무대로 한 앨범,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의 첫 곡 ‘파이브 이어즈’에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5년이다. ‘스타맨’에서는 하늘 어딘가에 존재하는 낯선 방문자의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진다. 보위는 앨범을 통해 세계의 끝을 마주한 인간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구원을 한데 놓았다. 글램록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 앨범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음악이 만들어낸 가장 기이하고 찬란한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남아 있다.
“He‘d like to come and meet us”
(그는 우리를 만나러 오길 원하고 있어)
- 데이비드 보위, ‘스타맨’(Starman) 中 -
다음 날
1910년 5월 19일, 지구의 대기에 아무런 변화도 관측되지 않았다. 독가스를 막아준다는 알약도, 혜성 보험도 필요가 없어졌다. 1844년 10월 23일에도 아침은 찾아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없었다. 일부 신도들은 신앙을 떠났고, 일부는 예언을 다시 해석하기 시작했다. 재림을 기다렸던 뉴욕주의 신도 히람 에드슨은 깊은 슬픔에 빠져 밤새 눈물을 흘렸다.
종말과 구원이 도래해야 했던 순간, 인간에게 이어진 것은 그저 일상이었다.
다음날 아침, 히람 에드슨은 신도들을 만나러 옥수수밭을 건넜다.
“But the day breaks instead”
(그러나 대신 날이 밝는다)
- 데이비드 보위, ‘록 앤 롤 수어사이드’(Rock ‘n’ Roll Suicide) 中 -
인간이 믿는 것
종말과 구원은 반대되는 약속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끝을 두려워했고, 어떤 이들은 끝을 고대했다. 그러나 공포와 희망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미래를 믿으며 현재를 바꿨지만, 예언은 빗나갔다.
인간은 때로 자신이 알 수 없는 미래에 종말과 구원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그 이름에 삶의 의미를 새긴다. 그러나 세계는 매우 빈번하게, 인간이 부여한 의미에 응답하지 않는다.
보위의 작품이 갖는 탁월함은 그 빈자리를 끝내 설명으로 메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앨범의 끝에 남는 것은 멸망의 장면도 구원의 증거도 아닌, 그 미래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믿고, 그 믿음에 삶을 걸었다. 하지만 종말도 구원도 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안도였고, 누군가에게는 상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음 날을 살아갔다.
rainb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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