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독성과학연구소, 28일간 복합노출 실험 결과

유민희(왼쪽부터) 책임연구원(UST 교수), 김용범 책임연구원, Quy Thi Nguyen UST 박사과정.[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유민희(왼쪽부터) 책임연구원(UST 교수), 김용범 책임연구원, Quy Thi Nguyen UST 박사과정.[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된 상태에서 술까지 마시면 신장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는 차세대비임상연구본부 유민희·김용범 연구팀이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PFAS)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에탄올의 복합노출이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PFAS는 물과 기름에 강한 특성 때문에 프라이팬 코팅제,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등 다양한 생활제품에 사용돼 온 화학물질이다. 일부 물질은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도 장기간 잔류할 수 있어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PFOA는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신장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기존 독성평가는 개별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돼 음주 등 생활습관과 환경오염물질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독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에 PFOA와 에탄올을 28일간 함께 투여하고 신장 기능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물질에 동시에 노출된 실험동물은 각각의 물질에 단독 노출된 경우보다 신장 기능 이상을 나타내는 지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혈중 요소질소는 증가한 반면, 혈중 나트륨 농도는 감소했다. 신장의 노폐물 배출과 체내 전해질 조절 기능에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신장에서 수분과 전해질을 재흡수하는 ‘세뇨관’의 기능 저하가 확인됐다.

PFOA-에탄올 복합노출에 따른 신장 독성 개요.[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PFOA-에탄올 복합노출에 따른 신장 독성 개요.[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신장 세뇨관의 기능과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주요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신장 조직에 뚜렷한 손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세포 수준의 독성 반응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간 유래 세포로 만든 3차원 신장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활용한 후속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세포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환경오염물질과 알코올의 복합노출이 신장 세포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환경오염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할 때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결과는 동물실험과 인체 유래 오가노이드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실제 사람에게서 동일한 수준의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향후 PFAS뿐 아니라 중금속과 흡연 등 다양한 환경오염물질과 생활습관의 복합노출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이번 연구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민희 책임연구원은 “실제 인체는 다양한 환경오염물질과 생활습관 요인에 동시에 노출된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단일물질 중심의 평가에서 나아가 복합노출을 고려한 위해성평가 체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됐으며, 후속 연구결과는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Advances’에 실렸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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