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잘못된 자신감 vs 올바른 자신감’ 설교
구원파 의혹에서 교단 이단성 연구까지
“교리 논쟁·조직적 댓글로 대응 말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단, 사이비 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핍박을 받기 시작했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자신이 이끄는 종교 모임 ‘첫열매들’을 향한 이단·사이비 의혹을 ‘핍박’이라 불렀다. 2018년 ‘구원파 집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속해 있는 교회나 종파가 없다”며 선을 그었던 박진영은 8년이 지난 지금 ‘족보 있는 교회’의 강단에 서 있다.
박진영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첫열매들’에 공개된 1시간 7분여 분량의 설교 영상 ‘잘못된 자신감 vs 올바른 자신감’에서 최근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 “이것을 해결하는 것도 우리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 적당한 순간에 적당하게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교리를 두고 맞서 따지거나 비판 영상에 조직적으로 몰려가 댓글을 다는 식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그 해결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고 강조였다.
영상은 일련의 의혹에 대한 언급 이전에 정기 예배 설교로 시작됐다. 설교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내려놓고 하나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설교 초반은 종말론을 풀어갔다. 박진영은 성경 속 사냥꾼 님롯을 인류 최초 통일왕국의 통치자로, ‘짐승’을 마지막 통일왕국의 통치자로 나란히 세웠다. 휴거 뒤 ‘7년 환란’이 오면 짐승이 식량과 안보를 해결하며 세계를 다스린다는 해석이다. 생산성의 동력으로는 AI를 탑재한 로봇을 지목했다. 박진영은 “일론 머스크가 짐승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박진영은 신앙을 갖게 된 계기로 마흔 살 무렵의 좌절을 꺼냈다. 그는 “그전까진 실패해도 도전을 거듭하면 결국 이뤄졌기에 하나님 필요 없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처음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절망 앞에 섰다. 자신감을 잃어서 하나님을 찾은 것”이라고 고백했다.
설교의 핵심 내용은 ‘전도하는 삶’에 있었다. 그는 “가수인 저는 최고의 가수가 되려고 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저는 최고의 회사를 만들려고 해야 한다”면서도 ‘최고’가 되는 동기가 부(富)가 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핍박을 이겨내고 전도를 해야 한다”며 “의사와 간호사, 엄마와 소방관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박진영은 “동창회나 고향·학교 친구 모임처럼 세상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 얘기하는 자리, 술까지 오가는 자리는 피하라”고 했다. 그런 자리에서 한 번 실수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전도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연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쟤는 안 나오는 애’로 빨리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일의 최우선엔 교회가 있었다. 그는 “중요한 계약을 도와줄 사람이 수요일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고 해도 그 시간엔 안 된다고 말하라”며 “당연히 교회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박진영의 신앙이 공론장에 처음 오른 건 2018년 5월이다. 당시 한 매체는 박진영이 3월 21일 기독교복음침례회(속칭 구원파) 관련 전도 집회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박진영의 아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카라는 사실은 앞서 JYP엔터테인먼트가 인정한 바 있어 의혹은 빠르게 번졌다.
박진영은 보도 당일 SNS에 간증문을 올려 반박하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튿날 올린 두 번째 글에선 “전 속해 있는 교회나 종파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특정한 종파에 얽매이기 싫어서 입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속한 모임은 4년 전 친구 둘과 집에서 시작한 성경공부 모임으로, 정기적으로 모이는 인원은 30명 남짓이며 설교자 없이 토론 형식으로 공부한다는 설명이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측도 5일 “박진영 씨가 우리 교단에 속해 교회의 활동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2020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도 박진영은 “저는 종파가 없다. 아직도 우리끼리인 성경 스터디”라고 했다. 2022년 6월에는 2020년 10월 개설된 유튜브 채널 ‘첫열매들’에서 박진영이 성경 강의를 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첫 영상에서 박진영은 “저는 목사님이 아니다. 신학대에서 신학을 배운 적이 없다”며 몸을 낮췄다.
변곡점은 올해 9월 19일이다. 박진영은 같은 채널에 1시간 12분 분량의 ‘박진영씨 교회 무슨 파예요?’ 영상을 올리고 첫열매들을 “의외로 확실히 근본이 있고 족보가 있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영생을 얻는 방식은 웨슬리안 감리교에서, 한번 얻은 영생을 잃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은 미국 독립침례교 목회자 피터 럭크만 계열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교인 가운데 신천지 출신이 있다는 지적에는 “신천지 출신이 있다고 우리 교회가 신천지는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우리끼리 하는 성경 스터디’는 그사이 교회의 외형을 갖췄다. 첫열매들 홈페이지에 따르면 단체는 ‘사단법인 첫열매들’ 이름으로 운영된다. 서울 송파구 예배당을 중심으로 부산·대구·파주·광주·제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오렌지카운티까지 8곳에서 모이며, 수요일 저녁과 일요일 오전 예배를 연다. 지역 예배당은 서울 예배를 화상으로 함께 듣는 구조다.
다만 개신교계의 공식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개신교 교단 가운데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는 2023년 제108회 정기총회에서 부산노회가 ‘박진영씨의 이단성에 대한 연구’를 청원한 뒤 서면 질의 등 연구 절차를 밟고 있다. 결과는 2027년 9월 정기총회에서 보고될 예정이다. 교단이 결론을 내놓기 전까지 첫열매들의 이단 여부를 가를 공식 판단은 없는 셈이다.
박진영은 현재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이자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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